‘꽃꽂이’
웃자란 근본은 잘라줘야 해
깊이도 맞추고
곁가지도 사정없이
가끔 우울해질 때
따사로운 베란다로
산책을 내보내야 해
물도 적당히 주고
먼지로 콜록댈 때는
공기청정기를 틀어줘야 해
하루라도 돌보지 않으면
우울함이 온몸으로 스미며
축 늘어져 기운이 빠지지
시간이 흐를수록 시들어가다
이끼 낀 초록의 물 속으로 사라지겠지
뿌리가 없는 당신이라서
우리 사는 동안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싱싱한 뿌리의 꿈 꿔볼까
◆ 시작노트
우울한 날이면 꽃들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니 나름 향기롭다.
조심스럽게 자르고 정성스럽게 키우며 어루만져 준다면 이룰 수 없는 뿌리의 꿈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꽃꽂이 하며 소원하는 내 마음 속 주문을 걸어본다
◆박준희 시인 약력
- 충북 청주 출생
- 창원 거주
- 계간 시와편견 신달자 시인 추천으로 등단
- 시와편견 작가회 회원
-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운영위원
- 마산문인협회 회원
- 동인지, ‘탑의 그림자를 소환하다’ 외 다수 공저
- 시집, 기도를 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