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축제는 끝이 났다. 서로 뜨겁게 안아주고 격려하자

  • 입력 2022.06.01 13:25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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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명익 기자.
▲ 장명익 기자.

 지난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드디어 끝이 났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며 지역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경연장으로 국민들에게 후보자의 진정성과 노력도 그리고 미래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선택을 받아야 하는 그런 뜻깊은 시간이 돼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이념과 오로지 당선에만 목적으로 두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무모함으로 인해 지역은 지금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상처만 남은 전쟁터가 돼 있다.

 누구를 위한 지방선거인지 다시금 궁금증을 낳게 한다. 지역민을 위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인지 아니면 자신의 영달을 위해 지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선거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짧게는 13일에서 길게는 90여 일 전부터 군민들에게 자기 얼굴을 알리기 위해 길거리 인사를 시작으로 SNS 단체방 개설, 행사장 인사 등 다양한 홍보 작전을 전개했다. 

 모든 후보자가 이번 선거만은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출정식을 할 때마다 다짐해놓고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자기의 장점을 부각하기보다 타 후보자의 단점을 찾아 헐뜯기 시작하는 네거티브 전쟁 서막을 알렸다. 

 네거티브 전쟁의 시발점은 TV 토론회로 볼 수 있다.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마련된 귀중한 자리에 잘못된 자료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서로 헐뜯는 과정에서 의혹의 씨앗만을 잔뜩 뿌렸다. 

 이 씨앗이 선거기간 내내 의혹이 의혹을 낳고 서로 허위사실 유포라고 고소·고발을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역대 최악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볼멘소리가 극에 달했다. 

 하지만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싸움은 끝이 났다. 한쪽은 승리에 도취될 것이며, 한쪽은 패배의 쓰라림을 곱씹으며 정치인 생을 정리하거나 4년 후 전쟁을 위해 다시금 칼을 갈 것이다. 

 당선자와 낙선자는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면 되겠지만 전쟁터에서 상처를 입은 군민들은 이제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누가 남아서 위로해 주고 토닥여 줄 수 있을까. 

 당분간 전쟁의 여운이 남아 있어 서로가 등을 돌리며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진다면 거창의 앞날은 먹구름만 드리울 뿐 밝은 미래는 없을 것이며, 퇴보만 있을 것이다. 

 이제 서로의 묵은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 그 아픈 상처를 서로 치유해 줘야 한다. 다 친구고 친척이고 사랑하는 동료였고 선배였던 사람들이 사는 아름다운 거창이지 않았는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끝났다. 선거는 축제여야 되지 전쟁이 되면 안 된다. 특히 이렇게 작은 지역에서는 더더욱 그 말이 이번 선거로 뼈저리게 느껴질 것이다. 

 이제 찢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지치고 힘든 모든 이를 서로 뜨겁게 안아주고 격려해야 한다. 

 조만간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잘못을 사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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