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이사람] 김미옥 통영시의회 의장,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늘 마음에 새겨

오랜 정치생활로 ‘역지사지’ 참 의미를 알게 돼
자연인으로 돌아 갈 땐 ‘통영의 딸’로서 살고파

  • 입력 2022.09.29 17:21
  • 기자명 /노종욱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미옥 통영시의회 의장.
▲ 김미옥 통영시의회 의장.

 가을하늘은 푸르렀다. 통영으로 향하는 하늘빛도 푸르렀고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통영 앞 바다는 더욱 푸르렀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흔적과 기운이 서린 도시여서 그런지 더 근엄하지만 눈부시게 푸르름으로 감싸인 통영은 정감이 가는 도시였다.

 통영시의회 의장실에서 만난 김미옥 의장의 첫인상은 부드러움이었다. 하지만 화초 같았던 그 부드러움은 만남동안 강한 카리스마로 변했다.

 김 의장은 내내 낮은 톤으로 조근 조근 말했다. 그 조근함속에 느껴지는 내공과 통영에 대한 사랑은 상대방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열정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던 김 의장은 정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고 자란 통영사랑에 대한 에두른 표현이었다.

 4선의 여성의장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선수만큼이나 무겁다는 김미옥 의장을 청명한 가을의 초입에서 만났다.

 

Q. 소감을 말해 달라.

 먼저 통영시의회 개원 이래 최초 여성의장으로 당선시켜 주신 시민과 동료의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2006년 제5대 통영시의회에 비례대표 의원이자 첫 여성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던 그 날이 떠오른다. 이후 6대 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7대 때 통영시 최초의 선출직 여성 의원으로 당당하게 재입성해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역구를 둘러보며 주민들과 소통했다. 

 저는 지난 12년 의정활동 간에‘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따라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는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라는 한 시를 늘 마음에 새기며 한걸음 한걸음을 신중히 디뎌왔다.

 올해는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에 따라 의회 사무기구와 의회 직원 인사권이 독립되는 등 주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의 권한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에,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소통능력을 바탕으로 시의회에 대한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며 시민들께 행복을 선물하는 통영시의회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 내겠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Q. 이제 4선이다. 이번에 의장으로 선출됐는데 향후 의회 운영 계획은?

 우리 9대 의회에서는 전 의원들과 사무국 전 직원의 투표를 거쳐 ‘신뢰를 넘어 감동으로, 시민행복 통영시의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정책역량을 한층 강화해 시민들의 삶과 지역경제에 무엇이 필요한지 면밀히 살피며 의정활동에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 

 특히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분야에 우선 과제를 선정하고 차근차근 챙겨나가며, ‘많은 사람이 힘을 합치면 산도 옮긴다’는 중력이산(衆力移山)의 의지로 모든 의원이 합심해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이 수반되는 일이라도 반드시 이뤄낼 수 있도록 깊게 연구해 부지런히 일하는 정책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물론 집행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유연하지만 중심이 분명하게 서 있는 자세를 갖추겠다. 통영발전과 시민행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동반자로서 적극 협력하겠지만, 동시에 늘 깨어있는 파수꾼으로서 집행기관의 시시비비를 엄정하게 가려서 꼼꼼하게 따지고 견제와 감시를 통해 주요 정책들의 대안을 제시하며 시정을 챙길 것이다.

 

Q. 정치인 ‘김미옥’과 인간 ‘김미옥’을 말한다면?

 저는 정치생활을 시작할 때, 주민들께서 ‘김미옥이라고 하면 열정, 열정 하면 김미옥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출발했다.

 정치를 처음 시작 할 때 저는 ‘통영의 딸’이라고 유권자들에게 어필 하면서 다녔다. 이제는 선수가 쌓이고 세월이 흐르니 저를 지지해 주셨던 어르신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저도 나이를 먹으니 이제는 ‘통영의 어머니’가 돼 있다.(웃음)

 저 스스로도 자부할 수 있는 제 ‘열정’의 근원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꼭 알아내고자 하는 호기심과,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간 김미옥’이 가진 모습 그대로 정치에 입문해 주민들께 사람 대 사람으로, 인간적으로 다가갔기 때문에 지금의 ‘정치인 김미옥’이 있는 것이다.

 즉, ‘정치인 김미옥’과 ‘인간 김미옥’은 결코 다르지 않으며, ‘열정 김미옥’이라는 한마디 말로 저를 표현하고 싶다. 프랑스의 유명한 고전작가 라 로슈푸코는“마음속에 열정이 불타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열정이 식으면 급속도로 퇴보하고 무위하게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끝없는 열정으로 시민 행복을 위해 계속해 노력하겠다.

 

Q. 이번에 경남에서 기초의회 여성의장이 4명 탄생했다. 정치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경남에서 진주, 통영, 하동, 산청 총 4곳에서 여성 의장이 선출되며, 지역 정치에 본격적인 여풍이 시작됐다. 이는 지금 이 시대가 공감과 소통, 화합과 상생을 이끄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필요로 하기에,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가진 우리 여성 정치인들이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현상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제5대 통영시의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던 2006년에는 전체 의원 13명 중에 여성 의원이 현재 9대 전반기 부의장을 맡고 계신 배도수 의원과 저, 단 두 명이었다. 

 물론 저희 둘 다 비례대표였으며, 제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2010년 6대 의회에도 비례대표 여성의원 두 명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2014년 7대 의회에는 제가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돼 여성의원이 세 명으로 늘어났으며, 2018년 8대 의회에는 다섯 명, 현재 9대 의회에는 정원 13명 중 거의 절반에 달하는 여섯 명의 여성 의원이 입성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여성의원이 아예 없었던 20년 전의 4대 의회 구성과 지금을 비교하면 정말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고 할 정도로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국 이 변화를 일구어낸 주역이 누구겠는가?

 바로 ‘여자가 정치를 해도 잘 하는구나, 그럼 성별을 떠나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 잘하는 사람을 뽑자’는 생각으로 저희를 선택하신 시민 여러분인 것이다.

 고정관념과 낡은 관습에서 스스로 벗어나 더 좋은 방향으로 가 보고자 하는 민의(民義)가 정치와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특히 우리 여성 정치인들에게 힘을 실어줘 그토록 견고해보였던 유리천장을 깨뜨리는 과정을 직접 겪어오면서 저 역시도 많은 것을 느꼈다. 

 저의 경험에 빗대어 정의를 내리자면, 정치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결국엔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제일 존경하는 제 친정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어렵고 힘들 때 받은 도움을 평생 잊지 말아라”, “근면성실하고 절약하는 삶을 살아라”, “주변에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을 절대 외면하지 말아라”라는 말씀이 평생 가슴에 새길 좌우명이 됐으며, 제 의정활동의 시작이자 근간이다. 

 저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소외당한 아픈 분들의 눈물 섞인 민원에 팔을 걷어붙이는 여성 정치인으로 언제나 주민들 곁에 함께하겠다.

 30여년 통영시의회 개원 이래 첫 여성의장이란 수식어가 차세대 여성 정치인을 위한 길을 열어줌으로써,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지역발전의 주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민여러분 부디 건강 잘 챙기시고, 소중한 일상으로 늘 행복한 시간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늘 가슴에 새기겠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