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모] 유호종 시인 ‘혓바늘’

승인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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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호종 시인

‘혓바늘’


새벽닭이 울기 전 그를 알지 못한다고
세 번 부인하고 목을 멘 베드로
전생의 내 이복형제

그날 봄이 미쳤었나
국민학교 4학년 봄바람은 
종일, 모른 척 했네

면사무소 버스정류장 앞 점방에서
외상으로 주전부리를 떼서 소풍 따라온
그 여자

풍선껌 얼마예요 오란씨 얼마예요
초코파이 얼마예요
친구들의 분주한 주문 틈새
말없이 껌 한 통 쥐여주던,

그날 이후, 저 아주머니 모른다며
수천수만 번 더 도리질한 외면

요양원 뜨락을 거닐며
아저씨 누구세요
떨궈진 백목련 꽃잎들
무심하게 발로 짓이기며
돌아서는 그 늙은이

엄마라고 부르면 입안에서
골고다 언덕의 서걱거리는 모래바람 섞인 
죄 냄새가 울컥, 올라오네

 

 

 ◆ 시작노트
 초등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우리 학교 소풍에 허름한 몸빼 차림으로 이런저런 주전부리를 떼서 장사 오셨는데 얼마나 창피하던지 외면하고 싶었다. 그 심정 다른 친구들을 알기나 할까.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상처 받았던 그 가난에 봄은 미쳤나보다 이제 늙은 어머니가 아들을 몰라보네.
 그날 이후, 엄마만 보이면 세 번이 아니라 서른 번도 더 피해 돌아간 못난 놈이다.
 살아서는 그녀가 그냥 엄마, 어머니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 가시고 난 그녀가 이제는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피와 살과 눈물과 기도로 저를 이 땅에 초대한 당신은 하나님보다 높다 신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무량한 주머니시다

 ◆ 유호종 시인 약력
 - 합천 출생
 - 계간 ‘시와편견’으로 등단
 - 시사모 동인, 텃밭시학 동인
 - 대구문인협회 회원
 - 동인시집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 외 다수 공저

/정리 한송희기자  hsh@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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