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잇딴 고금리 특판 사고…해지 읍소

비대면 한도 없는 적금에 자금 몰리자 판매 중단
상호금융 금리 경쟁 자제령에도 사고 이어져
승인2022.12.08l수정2022.12.0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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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최근 상호금융권의 고금리 예·적금 특판 경쟁에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일부 지역 상호금융에서 특판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영세한 규모의 지역 단위 농협이나 신협이 특판 상품에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예수금이 몰려들자 가입자들에게 해지를 읍소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남해군 남해축산농협은 전날 사과문을 내고 “한순간의 직원 실수로 인해 적금 10% 상품이 비대면으로 열리면서 저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예수금이 들어왔다”며 최근 판매된 정기적금 가입자에게 해지를 요청했다.

 남해축산농협은 최근 연 최고 10.25%의 금리가 적용되는 적금을 대면으로 10억원 모집할 예정이었는데 직원 실수로 온라인에 비대면으로 상품 가입이 풀렸다.

 한도가 없고 여러 계좌 개설도 가능했던 탓에 5000계좌 이상에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예수금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한 남해축협은 급하게 1일 오전 9시 판매를 중단했지만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10%대 적금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다.

 이 때문에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되자 가입자들에게 문자 메시지와 전화 등 각종 방법으로 해지를 읍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 조합의 지난 6월 말 기준 출자금은 73억5000만원이며 현금성 자산은 3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남해축산농협은 사과문에서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하기에 경영의 어려움에 봉착했다”며 “고객님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를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인터넷 카페 등에서도 “아쉽긴 하지만 문자 메시지를 보고 해지했다”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으나 8일 오전 10시 기준 적금 해지율은 40%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남해축협은 8일 오후 3시 브리핑을 열고 10% 이자 적금 상품 판매 경위와 예수금 현황, 해지율 등을 설명했다.

 남해축협 측은 “지난 1일 0시부터 오전 9시까지 판매된 10% 이자의 예수금은 1277억원, 판매 계좌는 5800여 개”라며 “농협중앙회 측과 현재 상황 및 자금운영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합의 경영과 고객들의 재산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해축협은 수습을 우선하고 사후 대책 마련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합천농협도 지난 5일 연 최고 9.7%의 이자를 주는 12~33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특판 적금을 출시했다가 이자지급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합 역시 비대면으로 한도 없이 다수 계좌개설이 가능한 상품을 내놓았다가 감당키 어려운 자금이 쏠렸다고 전해진다.

 타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북 경주시 동경주농협도 사과문을 통해 고객들에게 적금 해약을 읍소한 바 있으며 제주 사라신협도 최근 12~23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특판 적금에 연 7.5%를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았다가 쏟아지는 신청 속에 서둘러 마감시켰다.

 일부 상호금융사의 잇딴 특판 사고는 일차적으로는 일부 직원의 실수 또는 영세 조합의 수요 예측 실패 등에서 비롯됐지만 금융권의 예·적금 금리 경쟁 속에 더 높은 이자를 찾아다니는 ‘금리 노마드족’들의 활발한 자금 이동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고금리 특판 상품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면서 순식간에 돈이 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에 대한 예금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자 소비자들이 금리 혜택을 찾아 상호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는 ‘풍선효과’도 작용했다.

 실제 이번에 특판 사고가 벌어진 조합들은 대면 영업이 많은 지역 단위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고의든 실수든 간에 비대면으로 특판 상품을 출시했던 곳들이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요즘은 SNS가 워낙 발달해서 특정 지점이나 조합에서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는다고 하면 순식간에 소비자들 사이에 소식이 전파된다”며 “중앙회나 금융당국이 다 파악하기도 전에 SNS로 소문이 더 빨리 퍼져나갈 정도”라고 전했다.

 문제는 상호금융의 경우 그 특성상 해당 지역 외 대출이 제한적이어서 예·적금 수요가 쏟아질 경우 이자를 지급할 여력이 취약한 구조라는 점이다.

 현행 규정상 상호금융 예대율은 지역 조합원보다 비조합원 대출 비중이 낮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예금은 이러한 규제가 없다.

 이같은 위험을 감지했던 금융당국은 자금시장 경색 속에 촉발된 예·적금 금리 경쟁이 은행권을 넘어 다른 업권까지 확산되자 상호금융권에 자금조달 과당경쟁을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상호금융권에 대한 예·적금 금리 인상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특판 사고가 연달아 터지자 금융당국은 각 상호금융사 중앙회와 협조 하에 사고 경위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각 상호금융사 중앙회와 계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개별 조합이지만 중앙회가 통제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 대화를 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까지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밝혔다.

 

 

 

 

/한송희기자  hsh@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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