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문학은 정치 경제 사회의 논리나 지역색을 기반하지 않는다

  • 입력 2023.02.14 11:29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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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 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새해 들어 우리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문인협회가 말들이 많다.

 협회장이 시장 연설문을 쓴다는데 ‘그게 뭐 어때서’라고 두둔하는 사람과 ‘그래도 이건 아니다’라는 사람들의 의견들이 난립돼 있다.

 얼마 전, 마산문학관을 노산 기념관으로 바꾸자는 얘기가 시의회 차원에서 나오자 희망연대와 작가회의, 그리고 문협 소속 문인들의 생각 또한 달라 해묵은 갈등만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려온다.

 또 하나는 모 문인협회 신입회원 입회 자격을 두고 폐쇄적이지 않냐고 하는 지적이 있다.

 회원 자격으로 협회 정관 5조 1항에 언급된 조건을 들여다보니 ‘입회 시 00에 거주하거나 직장을 둔 사람으로서 등단 과정을 거친 자.’로 규정돼 있다.

 ‘등단 과정을 거친 자’라고 된 이 부분에는 어떤 문단에서 등단을 한 사람이라고 명시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사자 스스로가 등급을 나누고 cut line을 만드는 모양새다.

 문단을 누가 어떻게 ‘좋다’, ‘아니다’라고 함부로 규정하고, 이 문단은 ‘되고’ 저 문단은 ‘안 된다’라고 규정짓는지, 그럴 자격을 누가 감히 부여받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시골 소재 이름 없는 고등학교에서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하지 못 하리라는 법은 없다. 문단도 마찬가지다.

 작지만 알차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

 이름값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는 ‘라떼식 사고’는 이제 버려야 한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작가인지 아닌지 제출된 등단작 원고와 프로필 몇 줄로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 채점표도 없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인터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입회 불허의 사유를 물어도 명확한 답도 주지 않는다고 했다.

 하물며 신입 입회 지원자 중 신춘문예 등단을 두고도 아는 신문이네 아니네 했다는 것은 입회 심사자 스스로가 자신의 무지를 드러낸, 어처구니없는 언행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역으로 서울 소재 문협 임원에게 경남쪽 신문 이름을 대고 아냐고 물으면 몇이나 ‘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들 스스로 등단작과 등단 문단으로 얼마나 대단하고 위대한 작품을 썼을지도 궁금하다.

 유명 신문이나 유명 문단 등단자의 발굴은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모르는 재야의 문단이나, 알려지지 않은 재야의 ‘숨은 고수’로 불리는 글쟁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런 숨은 작가를 발굴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것 또한 문인협회 지도자들의 책임 있는 걸음 아닐까?

 필자는 서울에 주소지를 둔 ‘현대시인협회’ 소속으로, 아직 지역 문단 활동 경력으로 치면 미천한 초보 작가에 불과하다.

 논단을 읽고 ‘용기가 가상하네’라며 바르게 들어주는 한 사람의 선배라도 있다면 만족할 것이고, 주제넘는 시건방으로 받아들이는 지역 문인이 계시더라도 도리 없는 일임을 안다.

 그런 것에 겁낼 글쟁이도 아니고 내용에 대한 결과는 이해하는 당사자 각자의 몫이기에 받아들이는 그분들께 맡기는 수밖에 없다.

 등단 경력 몇 년이면 무엇하랴, 그것으로 대우받는 시대는 지났다.

 글은 등단 햇수로 쓰는 것이 아니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등단 햇수와는 상관없음을 필자는 안다.

 세상은 분, 초를 두고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언젠가 문단 권력을 운운하는 문제로 문학상이 독자들로부터 외면받지나 않을까 하는 글을 칼럼으로 적었던 기억이 있다.

 조직의 권력 몇몇에 의한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에게 상이 주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적한 일이다.

 이번 모 문인협회의 입회를 두고도 그때와 유사한 생각이 들었다면, 그런 느낌을 조장한 사람들의 책임 또한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차별에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어떤 조직이든 내부 권력의 독점 구조나 폐쇄성의 정체가 구체적 실체로 작용하는 일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면 이제는 변해야 한다.

 완장은 회원보다 우월적인 갑의 위치에서 존재하라고 채워주는 감투가 아니다.

 변화하지 않고는 더 이상 회원이나 일반 독자들의 사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문학은 정치, 경제, 사회의 논리나 지역색을 기반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배웠다. 당연하겠지만 돈벌이의 대상도 아니다.

 오로지 작가의 양심과 협회의 양심이 살아있어야 오래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지성인의 집단으로 독자와 지역 사회에 스며드는 문학인과 그 협회로 함께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역에 숨은 고수들을 더 많이 발굴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문인협회로 사랑받기에 힘 모아야 할 202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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