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엄이도령(掩耳盜鈴)

  • 입력 2023.02.16 11:26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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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기자.
▲ 노종욱기자.

 여씨춘추(呂氏春秋) 자지편(自知編)에는 귀를 막고 종을 훔치던 한 사나이의 비유가 실려 있다.

 춘추시대 말엽, 진(晉)나라에서는 권력을 둘러싼 귀족들의 격렬한 싸움이 전개됐다.

 마침내 대표적인 신흥 세력이었던 조간자(趙簡子)가 구세력의 핵심인 범길사(范吉射)의 가족을 멸(滅)했는데, 그의 가족 중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진(晉)나라를 탈출했다.

 어느 날, 한 사나이가 이미 몰락해버린 범길사의 집에 들어와서는 대문에 걸려있는 큰 종을 발견했다.

 그는 그 종을 훔쳐 가려고 생각했으나 혼자 옮기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종을 조각내어 가져가려고 망치로 종을 내리친 순간, ‘꽝’하고 큰 소리가 났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소리를 들을까 무서워 얼른 자기의 귀를 틀어막았다.

 그는 자기의 귀를 막으면 자기에게도 안 들리고 다른 사람들도 듣지 못하리라 여겼던 것이다.

 엄이도령(掩耳盜鈴, 귀 막고 방울 도둑질하기)은 엄이투령(掩耳偸鈴), 엄이도종(掩耳盜鐘)이라고도 하는데, 모두 ‘어리석은 자가 자신의 양심을 속임’을 비유한 말이다.

 살다 보면 ‘참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 이런 느낌을 주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돼 행복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건 정말 우연이거나 운명일까?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나이랑 상관없이 잘 맞는다는 것은 누군가 한 사람이 섬세하게 맞춰주는 것이며, 언제나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은 누군가 한 사람이 잘 들어준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세상에 저절로 맞는 것은 없다. 또한 노력 없이 통하는 것도 없다.

 그런데 그것들이 모두 저절로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 그 기적을 만들어 주는 그 한 사람을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한다. 분명 그는 당신을 매우 아끼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풍부한 연륜으로 후배들에게 귀감(龜鑑)이 돼라’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성숙한 사람을 ‘농익었다’고 표현한다.

 현자(賢者)는 말을 쉬이 하지 않는다.

 또 현자(賢者)는 듣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을 순리에 맞게 행동하고 지켜본다.

 우자(愚者)는 말을 함에 있어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없다. 오직 자신의 아집만 있다.

 또 우자(愚者)는 행동 함에 있어 그 가벼움은 한낱 깃털 같다.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반드시 되돌아온다. 본인만 모르고 다 안다. 어리석은 사고가 어리석은 언행(言行)을 하게 한다.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부정적 영향은 금방 퍼지지만 긍정적 영향 역시 주변에 퍼지기 때문이다.

 나이 먹으면서 주위에 사람이 없어진다고 착각한다. 그것은 인간관계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만 남는 것이다.

 그나마 남은 사람이라도 주위를 떠나지 않게 하려면 언행(言行)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머물러 있고, 내 곁을 멀어지는 사람은 기를 써도 멀어진다.

 그러니 애쓰지 마라. 분당(分黨) 짖지 마라. 그리고 지금 주위에서 나를 어떻게 여기는지 분명 알아보라. 평가받기보다는 사랑을 받아라. 그것이 그나마 행복할 수 있는 삶이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남 욕하지 마라, 그럴 시간이 있으면 팔굽혀 펴기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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