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작가, 칼럼] 우리 사회가 찾고 나서서 도와야 할 아이들이 있다

  • 입력 2023.02.27 11:42
  • 수정 2023.02.27 19:34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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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은 시인, ‘나눔을 누리는 세상’ 이사.
   ▲ 박정은 시인, ‘나눔을 누리는 세상’ 이사.

 힘겨웠던 세월, 새 희망을 품고 날아오르기를 꿈꿔 보는 계절이다.

 해마다 오는 봄이지만 신학기를 앞두고 어려운 가정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아린 마음이 가득하다.

 필자가 소속돼 비상근 이사로 있는 사단법인 ‘나눔을 누리는 세상’은 사각지대에 놓인 결손 가정의 학생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하는 비영리 사회단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영위하고 있지만, 누구의 덕으로 현재의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는지도 모르고 익숙함에 속아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는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사랑이 많은 부모님과 물 맑고 인심 좋기로 소문난 지리산 자락 산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탓인지 과거사 어떤 굴곡에도 함부로 간섭받고 싶지 않았고 스스로 이겨낼 힘의 원천을 그 시절에 비축했던 것 같다.

 가슴 깊이 침잠해있는 시간 창고를 열어놓고, 밤이슬에 묻혀 은은히 불어오는 지리산 천왕봉 맑은 바람 소리를 음미하며 마음 저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인간이 지녔을 순수를 데려다 놓는다.

 지난 세월에는 얼마나 많은 빛깔들이 숨어 있는 걸까.

 사계절이 가져다주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움과 함께 이름 지울 수 없는 시간의 틈으로 바삐 지나온 세월이 보인다.

 딱히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었던 평범한 인생에서 그 평범함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알게 되기까지는 가족의 사랑이 말할 수 없는 만큼의 크기로 자리해 있었음을 이제는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삶의 위치에 와있음을 느낀다.

 ‘나누세’에서 일을 하다 보니 본인 스스로와 잘못을 연관 지을 수 없는 이유로 가정이 해체되고 혼란에 빠지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눈물겨운 상황을 접하는 경우가 있다.

 사랑받고 주목받으며 살아야 할 그들의 인생이 부모로 인해 힘들어진다는 것은 어쩌면 불공정한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하찮게 태어나고 손가락질 받을 아이의 삶은 원래는 없다.

 누구의 사랑으로 호사스럽게 살고 아니고를 떠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당연히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힘든 생활 속으로 작지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필자 또한 자의든 타의든 조건 없는 진실한 나눔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무 색깔도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은 평범한 사람의 삶이나, 저마다 생긴 대로 자라온 꽃과 나무가, 살아온 빛깔들이 어느 순간 황홀하리만치 눈부셔 보이는 날이 있다.

 우리가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어쩌면 가치 없는 삶 같지만, 그 누구도 존재 가치가 없는 삶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누구의 아이들이던 행복해야 할 권리는 동등하다.

 하루하루 꿈을 키우며 살아야 할 아이들이 그 꿈조차 꾸지 못한다는 아픔이 더 짙어지기 전에 우리 사회가 보듬고 안아주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돕는 행위는 경제적인 도움도 있지만,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서 따뜻하게 전해지는 눈빛만으로도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갈 수 있음을 필자는 안다.

 신학기를 준비하는 계절, 흔들리는 마음 어느 한구석에 조용히 내 이름을 부르시며 서계신 듯한 어린 시절의 부모님 모습이 그려진다.

 나를 있게 만든 그 힘이 부모님의 사랑이었음을 잊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 세상, 아픔도 함께하면 힘이 되고 사랑도 나누면 배가 된다.

 우리 주변에, 가까운 이웃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신학기를 맞았다.

 본의 아닌 아픔을 겪는 그들이 있다면 우리가 먼저 손 내밀고 감싸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어른인 우리가 나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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