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지방언론 외면하는 공공기관은 소통의 3류다

  • 입력 2023.03.21 17:07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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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 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지방언론의 현실이 심각하다. 지방에서 발행되는 신문은 지방 문화의 창달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언론 문화의 격차 해소, 그리고 지역에서 느끼는 문화 소외감을 대변하고, 지방 도민을 위한 빠른 정보와 언론 대변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지방지들이 도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관공서나 공공기관에서마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일까? 지방언론의 콘텐츠는 무조건 삼류로 인식하는 공보 담당관들도 몇몇 눈에 띄는 현실이다.

 과연 그렇다면 지방에서 거주하는 그들의 생각은 1류인지 3류인지 궁금해졌다.

 수도권 신문과 부산 지역신문이 탁자 위에 진열돼 있고, 경남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은 구색을 다 갖추지도 못했다.

 월 1만원이면 비치할 수 있는 지방지를 홀대하는 그들의 원가 절감 대안이 겨우 신문 부수 하나 빼는 것이라면 그들의 그릇도 가히 짐작할 만하다.

 중앙언론의 입김과 부산지역 언론의 입김을 눈치 봐야 하는 공직사회라면 지방언론은 누가 지키고 우리 도민의 대변자 역할은 누가 해낼 것인가가 우려스러워졌다.

 때에 따라서는 지역 공공기관과 공직사회의 대변지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고, 수도권이나 부산지역 언론보다는 가장 빠르고 가까이에서 힘을 보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역할을 우습고 하찮게 여기는 공공기관과 그 담당이 있다면 그들의 역할은 지방언론과 대화할 자세가 부족한 3류다.

 지방언론의 자립을 돕는 것은 억지로 신문 한 부 보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담아 지방언론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자세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지사를 비롯한 각급 기관장들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고맙고 감사하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의 현상으로, 대언론 담당관 몇몇의 인식 부족으로 지방지가 여전히 홀대받아야 하는 신세라면 더 이상 경남에서 지방언론이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하는 것이 맞다.

 지방 언론사도 기업이다. 경기 침체의 흐름도 어쩔 수 없이 타는 것이 기정사실이고, 그에 따른 경영 악화로 재정적 타격은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서 매각까지 운운하는 언론사도 있다.

 나름의 자구책으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관공서마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지방언론의 미래는 보장받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필자는 수도권 중견 신문사에서 작년 연말 고향 신문사로 내려왔다. 서울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이 수도권 집중 현상을 보이는 곳에서 바라보던 지방언론과 직접 눈으로 몸으로 느끼는 현실은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과 함께 해야 할 공공기관과 자치기구들의 지방언론에 대한 시선은 수도권 언론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사뭇 다름을 알았다. 지방언론의 가치까지 외면받는 듯한 인상에 어찌 지방이 살아나겠는지 묻고 싶다.

 거대 중앙 언론사는 지방에서 도움 주지 않아도 자생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언론시장까지 잠식하려고 내려온 대형 언론사와의 경쟁, 또 지역을 기반으로 한 언론사끼리 광고 경쟁을 해야 하는 어려움 또한 지방언론사의 현실이다.

 한때 지방자치의 본격화로 지방언론의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실상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상황이다.

 일부 소규모 민선 자치단체장의 상식 이하 업무 행태에 따라 예산 삭감 혹은 예산 폐지로 지방언론사는 오히려 더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부유층 마님이 대형 백화점에서는 몇 백 만원 하는 명품을 정찰 가격대로 으스대며 사다가 재래시장에서 콩나물을 파는 힘 없는 할머니에게는 콩나물 값 3000원도 비싸다고 깎고서는 기분 좋아하는 형국을 관망해야 하는 현실이 대 지방언론 대응 방식이라면 바꿔야 한다.

 언론이 가진 지역 경제의 기반도 수치상으로 표현 못 할 상당함이 있다. 지방 언론의 지원은 커피 한 잔 값과 맞먹는 신문 한 부 더 봐주기 운동의 실천에서 비롯된다.

 연말이면 각 지자체가 확보된 예산을 소진하느라 멀쩡한 보도블록도 파 뒤집고 하는 모습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불필요한 공사에서 도민 세금으로 충당한 예산을 함부로 낭비하지 말고, 큰 생각으로 그 예산의 1/100이라도 지방언론을 지원하고 함께 공존하려는 자세부터 배워야 할 때이다.

 지방언론이 살아야 지방민들의 문화적 삶도 질적 향상을 이룰 수 있다.

 말로만 소통 소통하지 마라. 중앙 언론이나 부산지역 언론이 우리 관내 소식을 전하면 얼마나 전할까? 지방언론 지원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는 점을 경남의 모든 공공기관과 그 이해당사자들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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