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 하지만 공직사회는?

  • 입력 2023.04.06 11:29
  • 수정 2023.04.06 11:30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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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편집국장
▲ 노종욱 편집국장

 한비자(韓非子) 내저설(內儲說) 상편에는 남곽처사(南郭處士)라는 무능한 자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전국(戰國)시대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은 우(피리 吹)라는 관악기의 연주를 매우 즐겨 들었다.

 그는 많은 악사들이 함께 연주하는 것을 특히 좋아해, 매번 300명의 사람들을 동원해 악기를 연주하게 했다.

 우(吹)를 전혀 불지 못하는 남곽(南郭)이라는 한 처사가 선왕을 위해 우(吹)를 불겠다고 간청했다.

 선왕은 흔쾌히 그를 받아들여 합주단의 일원으로 삼고, 많은 상을 하사했다.

 남곽(南郭)은 다른 합주단원들의 틈에 끼여 열심히 연주하는 시늉을 했다.

 몇 해가 지나, 선왕이 죽고 그의 아들인 민왕(緡王)이 왕위를 계승했다.

 민왕은 아버지인 선왕과는 달리 300명의 합주단이 연주하는 것을 즐겨 듣지 않고 단원 한 사람이 단독으로 연주하는 것을 즐겨 들었다.

 난처해진 남곽은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도망치고 말았다.

 남곽남우(南郭濫吹, 남곽이 우를 함부로 불다)는 남우충수(濫吹充數)라고도 한다. 이는 ‘무능한 자가 재능이 있는 척하거나, 실력이 없는 자가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우리 공직사회를 보면 ‘어공’이라 부르는 이들이 있다. 이는 선출직 단체장이나 임명직 기관장 그리고 그들이 임명한 공직사회 구성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물론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모셔오는 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당선 과정에서의 공로가 인정돼 보상 차원의 선임도 일부는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후자(後者)의 경우 대체적으로 전문성은 떨어진다. 그러나 본인은 그렇게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도를 넘는 행동이나 관행을 무시한 전횡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들의 행동은 임명권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해관계에 입각해 일 처리를 한다. 그저 무리에 섞여 우월감에 사로잡힌 채 자기모순에 빠져 산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우리는 살면서 조금은 ‘비겁’할 수 있지만 ‘비굴’해서는 안 된다. 알량한 권력으로 지배하려 하지 마라. 그것은 본인의 힘이 아니라 아주 작은 나눠진 권력임을 명심해라. 가짜 정치는 진짜 혁명을 일으키게 된다.

 리더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손이 아프다’ 애써 무시하고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면 공멸(共滅)한다. 조직은 리더의 생각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성장’과 ‘성숙’을 혼돈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신체는 24세까지만 성장한다. 25세부터는 늙어가는 것이다.

 신체는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저절로 성장한다. 하지만 정신은 늙어 죽을 때까지 무한한 노력이 수반돼야 성숙될 수 있는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성숙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늙은 사람일 뿐이다.

 무리에 섞여있다 안심해서는 언젠가는 드러난다. 무지함이 비굴함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점검하고 노력하고 실천해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현재 위치에 도취하고 안주하면 그 끝은 예견돼 있다.

 지금이라도 주위의 사랑에 감사하고 그저 얻은 기회에 감사해서 그나마 가진 그 쥐꼬리만한 권력조차도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

 관계가 계산적일 때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관계가 계획적일 때는 관용이 생긴다.

 관계 맺음에 힘들어하지 마라. 맺어 힘들면 풀면 된다.

 타인으로, 상황으로 또는 환경으로 스트레스 받지 말자. 내 몫이니 여기고 그러느니 하자.

 그래도 힘들면 그 관계는 정리하면 된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란다.

 행복한 날에는 행복해만 하고 좋은 날에는 즐거워만 하면서 살자.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다. 괜히 맞지도 않은 옷을 입고 먹지 못하는 음식을 먹지 마라. 그러다 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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