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가정의 달 5월, 갈 곳 없어 떠도는 시골 청소년

  • 입력 2023.05.11 10:53
  • 수정 2023.05.11 20:10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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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욱 편집국장
노종욱 편집국장

 학교는 마쳤는데 갈 곳이 없다.

 중학교 2학년 A양. A양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5년 전부터 홀로 지내는 할아버지 댁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신이나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며 혼자서 시간을 보냈는데 사춘기에 접어든 지금 그마저도 시들해져 갈 곳도 없고 집에도 들어가기 싫어 거리를 이곳저곳 배회하고 있다.

 도시지역에 비해 시골은 청소년들에 대한 유해환경은 적다. 하지만 호기심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지고 싶은 것이 많을 시기인데도, 어려운 가정 형편에 여느 다른 아이처럼 학원 보내달란 소리도 하지 못하고 거리를 떠돌고 있다.

 A양이 얼마 전부터 자기만의 공간으로 선택한 곳은 폐허로 방치되고 있는 시골의 빈집들. A양에게는 그나마 폐허가 된 이곳이 유일한 안식처이다. 세상에서 버려진 동질감을 느껴서일까…….

 5월 5일 어린이날, 올해 어린이날 연휴는 길었다. 또 궂은 날씨로 인해 각종 행사가 취소되기는 했지만 보통 가정에서 누리는 단란한 가족모임은 고사하고 그 연휴마저 혼자서 보내야 했으며, 초등학교 다니는 동생과 짜장 라면을 끓여먹은 것이 전부였다.

 어린 남매의 아버지는 이날도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일하느라 집에 한 번 들리지도 못했다. 세상을 살면서 항상 즐겁지는 못해도 어린이날 하루만큼은 주인공이어야 하고 즐거워야 하는 그들은 몇 해 전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매년 주인공은커녕 주변인으로 맴돌아야 만 했다.

 가정의 달 5월, 지금 농촌지역에는 갈 곳 없고, 할 것 없어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꽤 있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학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난 청소년들은 제도권과 기성세대의 무관심 속에서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아 방치되다 싶이 거리에 내팽개쳐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창 부모와 주위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에 그들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소외돼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지원청은 그들에게 늘 무관심이었다. 학교에서마저도 방과후 지도 활동이나 방과후 프로그램,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다.

 어쩌다 보여주기 위한 생색내기 프로그램들을 운용하기도 하지만 그나마 홍보 부족으로 인해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극히 드물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청소년들을 ‘미래의 희망이다, 이 사회의 힘이다’며 호들갑은 떨지만 청소년은 정작 관심 밖에 놓여 있다.

 진심으로 이제는 기성세대도 청소년기에 맞는 그들만의 특징을 알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흔히들 청소년 시기를 사춘기라고 부르며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른다.

 이때는 청소년들이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고 막연히 기성세대들에게 반감을 가지는 시기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부모들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와 갈등을 야기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람은 모두가 청소년기를 거치며 한 번쯤은 가출을 경험하거나 막연히 가출을 동경하기도 했을 것이다. 무계획한 일탈을 꿈꾸는 이 시기에 자치단체나 학교, 가정 그리고 모든 기성세대가 청소년 시기의 또래문화를 이해하고 그 또래집단의 문화를 같이 경험해 봐야 청소년들과 같이 눈높이를 맞추게 될 것이다. 기성세대 또한 청소년기를 거쳐 갔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나도 힘든데 무슨 말인가?”라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 시기에 처절하게 사춘기를 보낸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 낸다면 주위를 돌아보라. 그러면 아픈 청춘들이 보인다.

 “나만 아프고 힘든 것 같지만 나보다 더 아픈 이도 힘든 이도 꿋꿋하게 열심히 잘 살아가더라”는 위로를 건네는 것도 아름답지 아니한가?

 가끔은 입맛이 없을 만큼 너무 쓰지만 좋은 약이 되고 삶의 노하우가 생기니 이 또한 일거양득이다 생각하고, 아등바등 살아온 날들, 넉넉하지 못한 삶에 실망하지 말고 부유한 사람들의 생활을 부러워 말고, 항상 긍정적이고 햇살 같은 환한 미소를 지닌 내가 이보다 더 고맙고 행복한 일이라고 주위의 미래세대를 위로하자.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에게 명분 없는 채근도 하지 말고, 꼰대처럼 가르치려만 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몸으로 부딪혀 교감하려 해야 할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돌아보면 주위에는 우리의 관심과 사랑에 목말라하는 청소년들이 눈에 띌 것이다.

 우리들의 자녀뿐만 아니라 이 땅의 청소년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는 명제 아래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사랑과 관심을 물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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