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가진 것에 감사하자

  • 입력 2023.06.08 13:11
  • 수정 2023.06.08 13:19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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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욱 편집국장
노종욱 편집국장

 도둑 셋이 무덤을 도굴해 황금을 훔쳤다. 축배를 들기로 해서 한 놈이 술을 사러 갔다.

 그가 오다가 술에 독을 탔다. 혼자 다 차지할 속셈이었다. 그가 도착하자 두 놈이 다짜고짜 벌떡 일어나 그를 죽였다.

 그새 둘이 황금을 나눠 갖기로 합의를 봤던 것이다. 둘은 기뻐서 독이든 술을 나눠 마시고 모두 죽었다. 황금은 길 가던 사람의 차지가 됐다.

 연암 박지원의 ‘황금대기(黃金臺記)’에 나오는 얘기다.

 연암은 다시 주역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 하면 그 예리함이 쇠도 끊는다.(二人同心 其利斷金)”

 원래 의미는 ‘쇠라도 끊을 수 있으리만치 굳게 맺은 한 마음의 우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연암은 말을 슬쩍 비틀어 “두 사람이 한마음이 되면 그 이로움이 황금을 나눠 갖는다”라는 의미라고 장난으로도 풀이했다.

 그리고 연암은 이렇게 글을 맺었다. “까닭 없이 갑작스레 황금이 생기면 우레처럼 놀라고, 귀신인 듯 무서워할 일이다. 길을 가다가 풀뱀과 만나면 머리카락이 쭈뼛해 멈춰 서지 않은 자가 없을 것이다. 돈은 귀신이요, 독사다. 보면 피해야 한다”고.

 살아보니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얼기설기 섞여 오지랖 넓은 것이 아무 쓸데 없는 짓이더라. 나이가 들어가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더라.

 다소 철학적일 수 있겠지만 이제는 가깝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 한두 사람만 챙기고 살면 되는 것이더라. 어떤 상황 속에서 그저 설명 없이 나를 알아주는 그런 사람, 나에 대해 “왜 그랬어?”보다는 “나는 네가 왜 그랬는지 알아!”라고 굳이 이유를 묻지 않은 그런 사람만 있으면 되더라.

 ‘기리단금(基利斷金)’이라는 말이 있다. ‘두 마음이 하나 되면 무쇠조차 끊는다’는 말인데, 원래 의미로는 ‘쇠라도 끊을 수 있으리만치 굳게 맺은 한마음의 우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나 조직은 이러한 굳건한 우정을 기대할 만큼 약속된 계약 관계로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은 무언(無言)의 계약 관계이다.

 그 계약한 권력자나 그 조직의 수장과 하는 것이 아닌 구성원 서로 간의 계약인 것이다.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지 마라. 당신이 평가하는 그 사람은 분명 당신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일 수도 있다.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에는 반드시 감당해야 할 것이 생긴다.

 사람들은 선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누릴 수 있는 것들만 생각하지, 희생하고 감당해야 될 것들은 생각하지 못한다.

 그 사람의 장점이 반대쪽에서 바라보면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을 명심해라.

 ‘털털해서 좋다’는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덤벙대고 지저분하다’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섬세해서 좋다’는 말도 매한가지로 ‘굉장히 예민하고 까다롭다’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겪어보고 여러 각도로 봐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관계가 길어지고 깊어지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 서운해지기 시작한다.

 이유는 사람은 타인과 세상을 바라볼 때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특히나 ‘나는 객관적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더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의 아집에 자신을 가둘 수 있는 것을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현상과 단서들 중에서 사람들은 일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만 본다.

 또 사람들은 보고도 못 본척하는 것들이 많다.

 사람들 간에 사이가 좋을 때는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해도 이해를 하기 위한 이유를 만들어서 자기 합리화를 위해 싫다는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가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변화는 두려워하면서 더군다나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사람은 변하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변하지 않는다. 호감 가는 사람이나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장점만 보려 하기 때문이다.

 그저 본인들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서운해하지도, 미워하지도 마라. 나만 스트레스인 것이다.

 ‘너와 나’를 구분하지 말고 ‘우리’라는 입장을 가지고 각자의 처한 상황을 한 번 되돌아보고, 서로 입장을 이해하되 단순히 생각이 다르고 곁가지 같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쳐내지 말고 서로 보듬고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바오밥나무가 6천년을 살 수 있는 것은 통통한 몸통뿐만 아니라 땅속 깊숙한 곳에서 오랫동안 어둠을 지키는 뿌리와 태양과 바람을 빨아들이는 곁가지와 연약한 이파리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불평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나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사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아름답게 물려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값어치가 있는 금(金)은 ‘지금’이라고 했다.

 지금 주위를 돌아보라.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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