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특정 언론 외에는 소통과 대화조차 거부하려는 3류 공무원이 아직도 있다

  • 입력 2023.06.27 10:53
  • 수정 2023.06.27 11:02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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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차별에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월에 내리는 비가 소나기처럼 가슴으로 와닿는 날, 우산 하나 받쳐 들고 비 오는 용지호수를 걸으며 우리 지역 공직사회가 지방 언론마저 차별하고 외면하는 심각성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지방에서 발행되는 신문은 지방 문화의 창달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언론 문화와의 격차 해소, 그리고 지역에서 느끼는 문화 소외감을 대변하고 지역민을 위한 빠른 정보와 언론 대변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언제부터 형성됐는지 알 수 없는 카르텔에 막혀 일부 신문을 제외한 지방지의 접근이 제한돼 있음을 알았다. 창원시청의 경우 각 부서 수령함에 신문 보급을 하려고 하면 특정 신문의 이름을 지정해두고 다른 신문은 넣지 말라는 안내문을 붙여놨다.

 예산 문제란다. 무가지 보급으로 당분간 신문 대금을 받지 않겠다 했음에도 경쟁을 통한 공정한 선택의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하게 막는다면 우리 시는 k방송, m방송만 골라 볼 테니 기타 종편은 우리 시에 아예 송출조차 하지 말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은 생각에 분노가 치민다. 개인 가정집 우편함도 아니고 관공서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차츰차츰 해당 부서장의 몰상식한 생각부터 들어보고 공개할 계획이다.

 정말로 예산 문제라면 지방 언론사의 다양한 정보 공유를 위해 부서를 나눠 3개 부서는 A신문, 또 3개 부서는 B신문, 2개 부서는 C신문으로 배정하는 방법을 선택해 합리적 차별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게 아니라 균등한 기회 제공을 통한 다양한 정보와 소식을 듣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특정 신문이 창원시의 공보지인지? 그게 아니라면 지방 언론 모두에게 공정하고 상식적인 구독이라는 공정한 시정을 펼칠 필요가 있다. 부서비 만원 아끼면 지방지 한 부는 그냥 받아볼 수 있다. 단돈 만원에 벌벌 떠는 애국 공무원이라 칭찬해 줄 것이라는 착각은 아예 하지도 말아야 함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연말이면 우리 공직사회는 확보한 예산을 소진하느라 멀쩡한 보도블록을 파 뒤집고, 불필요하게 남은 예산 소진하느라 세비만 소모시키는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남은 예산을 다 써야 다음해 예산도 충분하고 쉽게 확보된다는 이유에서다. 아끼려면 정말 마음먹고 시민 세금 제대로 아꼈으면 좋겠다.

 필자는 지난해 연말 수도권 신문사에서 지역 신문으로 자리를 옮겨오면서 중앙 언론의 입김과 부산지역 언론의 입김을 눈치 봐야 하는 우리 지역 공직사회라면 경남에 뿌리를 둔 지방 언론은 누가 지키고 우리 시민의 대변자 역할은 누가 해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물론 지역 언론이 가진 정보의 한계는 유사하고 기사 내용에 대한 정리도 비슷한 소식들이 많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특정 신문 외에는 투입조차 할 수 없게 막는다는 것은 특정 언론 외에는 소통과 대화조차 거부하겠다는 암묵적 행동의 실천으로 스스로 3류 공무원임을 시인하는 행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시장이 재판 중이고 과장급 공무원이 성비위 혐의로 직위 해제된 사실과 또 다른 간부 공무원이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 통보를 받고 이래저래 시끄러운 마당에 시민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그들을 오히려 시민인 우리가 걱정하게 되는 우스운 지경을 만들어놓은 곳이 지금의 창원시다.

 지방 언론의 자립을 돕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통한 기회의 균등이다. 지방 언론끼리도 차별이라는 굴레를 씌워 그들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지향하는 언론만 구독하겠다면 지방자치가 썩어가는 현실을 우리는 시민의 눈으로 그냥 바라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언론을 대함에 있어서도 불공정이 의심스러운데 일반 시민을 대하는 자세야 오죽할까도 싶다.

 불필요한 공사에서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 혈세 함부로 낭비하지 말고, 큰 생각으로 그 예산 만분의 일이라도 지방 언론을 지원하고, 공평하고 공정한 처신으로 함께 공존하려는 자세부터 배웠으면 좋겠다. 공정과 상식은 입으로만 내뱉고 말아도 되는 값싼 단어가 아니다. 제발 정체하지 말고 변화하는 공무원의 모습으로 갔으면 좋겠다.

 지방 언론이 살아야 지역민들의 알 권리와 문화적 삶도 질적 향상을 이룰 수 있다. 어느덧 해지고 빗줄기도 줄어들었다. 시든 장미의 처량함이 먹물 같은 어둠을 뚫고 결코 공정하지 않은 소통 방식으로 특정 언론 아니면 대화조차 차단하려는 일부 공직자를 3류라 꾸짖는 것 같다. 울타리 가득한 장미의 넝쿨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혜안, 그 안에 차별로 상처받는 아픔을 겪는 꽃잎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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