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괴담과 관계되는 업종에서 일하는 누군가가 입을 피해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를지 모른다

  • 입력 2023.07.04 14:2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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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살만해졌다는 오늘이 정말로 살만한 시절이라 그리 말하는 걸까? 세세히 직접 말로 다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현실을 바라보는 정확한 비평에 가까운 글을 쓰는 것이 기자의 책무라 생각한다. 날마다 새롭게 얼굴 내미는 기사는 언제나 세상 역사와 함께 살고 죽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당사국 일본을 제외한 아·태 10개국 80%가 해양 방류는 “무책임하다”는 설문 응답 결과에 답한 것은 우리 국민의 생각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안전에는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 게 분명하다. 원자력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세계적 권위를 가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안전성을 보장했는데도 불안감을 조성하는 괴담은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안전에 문제없다는 단순한 발표보다는 위험하다는 경고성 말들이 먼저 뇌리에 박혀 있어 그 영향은 계속 사라지지 않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 사람은 안전하다는 논리보다 불안전 가능성에 훨씬 민감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괴담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광우병 소고기나 성주 싸드 참외 사건처럼 수그러들겠지만 그때까지 오염수 괴담과 관계되는 업종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입을 피해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는 점도 주지해야 한다.

 정치인이 아직 정제된 오염수도 아닌 횟집 수조물을 퍼마시는 퍼포먼스를 펼쳐도 누군가 심어놓은 불안전에 대한 생각을 지워내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이 앞선다.

 수산시장에서 횟집을 하는 이웃의 생계가 걱정되고 바다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이웃이 걱정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물려 피해 보는 사람은 늘 따로 있다.

 당장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횟집 사장이 내 가족이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는가. 확실하지 않은 문제를 두고 여야 정치가 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늘 약자는 소문만으로도 문을 닫고 가족의 생계마저 어렵게 내몰리는 현상에 처하게 된다.

 지금의 세상은 약자라고 숨죽이고 당할 필요까지는 없다. 피해자로만 있을 게 아니라 확실하지 않은 괴담을 퍼뜨린 그들에 대한 단체나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피해 당사자들인 우리 이웃이 괴담 생산자들에게 합리적으로 그 이유를 묻고 따져보는 것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급기야 오늘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이 안심할 때까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이 금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처럼 안전하다는 논리보다 불안전 가능성에 훨씬 민감해 있는 국민을 위한 결단이라는 생각에 환영할 일이다.

 지식이 몰락하지 않는 한 늘 시대에 저항하고 대중의 아픔에 동참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럴 수 있다’라는 가정하에서 일어나는 일은 없다. 확실하지 않은 일을 두고 정치가 가정을 미리 만들어 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국민 불안 조성에 스스로 가담하는 역할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말에 대한 정치인의 표현은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실수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본성인지도 모른다. 우리와 비슷한 모양을 한 일반적 사람이지만 각자의 진영 논리에 따라 얼마나 교활하고 비겁한 동물로 변하는지를 괴담이라 주장하는 사람들과 심각하다고 반론하는 사람들의 양분적 생각은 진짜 국민에게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사업가와 장사꾼이 다르듯 정치인과 정치꾼도 분명 다르다. 새는 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날 집을 다시 짓는다. 어려울수록 국민의 마음부터 헤아리고 다시 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혜안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먹거리와 관련해서는 마냥 괜찮다고 할 것이 아니라 괴담이라도 이겨내고 안심할 수 있는 데이터와 믿음을 줘야 하고, 사소한 불안감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확실한 의지를 갖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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