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너구리가 몰고 오는 칠월의 빗소리에 시민들의 생각만 복잡해졌다

  • 입력 2023.07.11 14:59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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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개구리 소리가 그립고 반딧불이가 그립기도 한 도심의 밤이 장맛비에 지쳐있다.

 볼륨 낮은 티브이 뉴스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 창을 두드리는 요란한 빗소리가 가슴 먹먹한 보도를 예고하는 듯해 어두운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

 별빛 없는 하늘 아래 홀로 밤길 밝히는 가로등이 비를 맞고 섰다. 사람이 바뀌고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님에도 계속되는 잡음은 요란한 빗소리에도 잦아들지 않는다. 본연의 업무보다는 일신상 정리해야 할 일들이 우선이라 그런 걸까? 믿어야 할 측근들마저 잡음에 휩싸이는 모습은 시민의 눈에는 측은하기만 하다.

 언제부터 창원이 이랬을까? 제2부시장이 내년 총선 준비를 위한 사조직 결성이라는 이유로 선관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연말 치른 창원시체육회장 선거에서도 특정 후보의 당선을 도우라고 지시한 정황이 포착돼 선거 개입 의혹도 받고 있어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도 선관위 차원의 조사 착수는 제2부시장이 지난해 7월 홍남표 창원시장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2024년 총선 출마를 위한 사조직을 결성해 활동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로 보인다. ‘맞다’와 ‘틀리다’의 잣대로 경남 뉴스가 또 한동안 시끌해질 것 같아 불편함을 관망해야 하는 시민의 마음은 불쾌지수 높은 무더위만큼이나 개운치 않은 7월의 강을 건넌다.

 시장은 지난해 국민의힘 창원시장 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서 공직을 제안하고 후보자를 매수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에 있고, 이번에는 제2부시장이 선관위의 조사를 받을 전망이라는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시민으로서는 마냥 볼썽사납다.

 순식간에 세상 모두를 덮어버릴 것만 같은 어둠이 도심 가득 짙게 깔린 창원의 밤이 길다. 주춤하던 빗줄기가 다시 강렬하게 내리기 시작하고 화단의 흙을 쓸어갈 정도로 거칠게 뿌려진다. 꿈을 꾸던 사람처럼 또다시 몽롱한 기운으로 그들의 정치가 누굴 위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언젠가 길을 걷다 갑자기 내리던 소나기를 피해 남의 집 추녀 아래에 서서 비를 피해 본 기억이 있다. 같은 추녀 아래에서 깔끔하고 신선한 모습의 낯선 이가 나와 같은 표정으로 비를 피하는 모습을 우연히 바라보던 그날, 낯선 이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냥 기분 좋아지는 깔끔한 느낌을 아직도 기억한다면 그건 한낮 개꿈이었던 것이었다.

 어려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고향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는 사명을 띠고 낯선 모습으로 나타났던 그날의 신선함을 우리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처음 그때는 낯선 정치인의 모습에서 잘할 거라는 새로운 기대감으로 받아들였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감을 더한다면 그들에게 고향은 결코 비를 피하는 추녀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추녀 밑 낯선 이가 걷는 길을 그냥 따라나서봤던 기억, 짧은 시간이었지만 믿음이 가는 사람에게서 오는 느낌은 따로 있다. 객지에서 찾아온 생면부지의 시장일지라도 시민에게 주는 신뢰와 믿음이 있다면 우리 시민은 그를 조건 없이 지지하고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구리가 몰고 오는 칠월의 빗소리는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믿고 선택한 정치가 시민에게 실망과 걱정을 안겼다면 여름밤 내리는 빗소리는 우리 시민들의 생각을 혼란스럽게만 한다. 한없이 흐뭇해지고 맘껏 행복해지고 싶은 밤, 우리가 믿고 선택한 시장과 그가 지명한 부시장은 도대체 왜 이런 결과로 시민을 걱정되게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답을 기다려보려 한다.

 모든 결과 앞에서 시민의 기다림에 정치인이 겸손해지는 순간이었으면 좋겠다. 시민을 위한다는 길 어딘가에서 가장 아프게 무너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두려움 없이 당당히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바른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한다.

 재판을 받는 시장이나 선관위 조사를 기다리는 부시장이나 가장 낮은 자세로 자신을 돌아보며 시민에게 솔직한 고백을 하는 것이 정치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지 않게 되는 최상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빠를수록 좋다. 창원시민이 원하는 것도 그것이다. ‘장마철에 때아닌 소나기를 기다리는 시민의 마음은 왜일까?’부터 이해하는 그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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