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人터뷰] 사랑을 가위에 싣고…김해 ‘강명훈·박지윤’ 부부

김해 진영에 위치한 헤어숍
강명훈·박지윤 씨 부부
미용기술로 3년째 재능기부

아이들의 감사편지와
성장한 아이들 모습이 행복

  • 입력 2023.07.24 18:40
  • 수정 2023.07.24 19:23
  • 기자명 /김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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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씨가 한 아이의 머리를 정성스레 자르고 있다. 강명훈·박지윤씨가 운영하는 헤어숍에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강명훈 씨가 한 아이의 머리를 정성스레 자르고 있다. 강명훈·박지윤씨가 운영하는 헤어숍에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오락가락 장맛비가 기승을 부리고 습한 무더위가 사람들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요즘, 김해시 진영읍에 위치한 강명훈·박지윤 부부가 운영하는 헤어숍에는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이발을 하는 아이들이나 머리를 만지는 부부의 얼굴에는 여느 미용실에는 볼 수 없는 정겨움이 묻어났다.

 강명훈·박지윤 부부는 지난 2021년 지인을 통해 김해 관내의 한 아동보호시설을 소개받았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했던 터라 시설을 방문하고 돌아와서는 늘 마음 한 구석에 밝은 모습의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부부는 의논 끝에 부부가 가진 미용기술로 아이들의 머리를 정리해 주자는 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는 시설을 방문해 봉사를 이어갔지만 열악한 환경에 시설 관계자와 의논해 부부가 운영하는 미용실로 아이들이 방문하기로 한다.

 그렇게 시작한 재능기부가 벌써 햇수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

김해시 진영읍에서 헤어숍을 운영하며 사랑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강명훈·박지윤 부부.

 Q.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소개할 것도 없다. 부끄럽다.

 우리 부부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이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우리 부부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작은 섬김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진영읍에서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미용을 시작한 지는 약 20여 년이 됐다.

 같은 일을 하는 아내를 만나 열심히 살고 있다. 아내가 먼저 봉사를 제안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Q. 언제부터 봉사의 마음을 가졌는가?

 늘 마음은 있었지만 방법을 몰라 하지 못했었다. 2년 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아동보호시설의 봉사에 동행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우게 됐다.

 그때 시작한 재능봉사가 이제는 월평균 30명 남짓 아이들이 우리 숍을 아주 자유롭게 드나든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을 한다.(웃음)

 머리를 다 깎고 나면 편지 한통을 쓱 내민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눌러쓴 편지를 받을 때마다 그 행복감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참으로 고마운 감정으로 눈물을 훔칠 때도 많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도 주말이면 머리를 하러 온다.

 그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강명훈·박지윤 씨가 받은 편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눌러쓴 편지를 받을 때마다 강명훈·박지윤 씨 부부는 큰 감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강명훈·박지윤 씨가 받은 편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눌러쓴 편지를 받을 때마다 강명훈·박지윤 씨 부부는 큰 감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Q. 어려울 때도 있었을 것인데?

 누구나 다 그러했겠지만 지난 코로나19로 인해 정말 어려움을 많았다. 숍의 운영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좀 쉴까 생각도 했었지만 찾아오는 어린 친구들이 밝고 맑은 눈망울이 생각이 나서 어찌하든지 버텼다.(웃음)

 처음 시작은 의무적인 봉사였다면 이제는 우리부부가 아이들에 인해 배운 점이 더 많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내일의 희망과 해맑은 미소로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긍정 에너지와 또 그들에게서 받는 사랑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나갔던 같다.(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모두가 힘을 내시라는 말밖에 없다.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관심과 나눔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지금 우리 부부가 하고 있는 이·미용 봉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이어가고 싶다. 

 분명 우리 부부는 우리 숍을 찾는 어린 천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확신으로 새로운 인생의 보람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 손에 쥔 가위가 힘이 떨어져 잡지 못하는 그날까지 어린 천사들과 사랑을 나누며 또 그 받은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 찾아줘서 고맙다.

§

 강명훈·박지윤 부부의 헤어숍을 나서는 순간에도 비는 내렸다. 하늘에서는 사랑비가 내리고 있다. 어린천사들로부터 시작된 사랑 비는 그렇게 조금씩 대지를 적셔가고 있다.

 문을 나서는 기자의 뒷모습에 어린 천사들이 못내 아쉬운 인사를 전한다.

 “아저씨!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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