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지나온 시간 저편 본능의 언덕 그 어딘가에 우리가 꿈꾸는 행복도시를 알려주는 길은 있을 것이다

  • 입력 2023.07.25 10:44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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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어둑한 그림자 사이로 배시시 웃어주던 하얀 찔레의 순수한 모습이 어린 시절을 지나온 꿈같은 시간을 뚫고 우리를 따라 걸어온다. 오늘 밤엔 장맛비가 또 거세게 내리지는 않겠지? 오랜 장맛비에 수해 입은 지역도 늘어나고 인명 피해까지 생겨 아픔이 많은 계절이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우리 경남지역은 도지사를 비롯한 관계공무원들의 적극 예방활동 덕분으로 대형 사고 없이 잘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 사고는 수습이 아니라 예방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번 더 배우게 된다.

 이와중에 창원시는 계속된 악재로 특례시의 위상은커녕 지난 선거 이후 끊임없는 잡음으로 시민들의 심기만 불편하게 하고 있어 불안불안하기만 하다. 급기야 지난주 창원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시장의 대시민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사전 선거운동과 사전 수뢰, 수억원대 불법 정치자금 조성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조명래 창원시 제2부시장에 대한 임명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으로 “홍남표 창원시장은 104만 창원시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시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엄중한 상황에 시장 대신 시정을 책임져야 할 제2부시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두고, 제2부시장을 임명한 시장은 해임권이 있음에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결국에는 한통속이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시장의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8개월 가까이 진행된 법정 공방과 시장실 압수수색 등 초유의 사태로 시민과 공무원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시국에 후보 시절 캠프 핵심 관계자들의 불법 정치자금 조성 의혹 폭로까지 불거지자 시민들의 근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의 후보 시절 캠프 난맥상이 창원시민 피해로 전가돼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지만 당사자들은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다. 부끄러움도 없고 책임지는 자세도 모자라고 캠프 관계자 간의 의리도 실종된 추한 모습만 가득하다. 이 지경까지의 사태라면 홍 시장은 선거캠프 참모부터 선임이 잘못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시장의 재임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어떤 형식으로든 수습이 이뤄져야 하나 진행되는 재판 결과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선거 캠프 관계자는 제2부시장에 대해 왜 이 시점에 이런 엄중한 폭로를 했을까? 체육회장 선거 개입 문제나 총선 대비 사조직을 결성했다는 문제 등이 사실이라면 애초부터 잿밥에만 눈이 멀었던 것은 아닌지 의아스럽다.

 부시장을 임명한 시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추후 재판 결과에 따라 시장을 임명한 공천자에게도 책임은 없는지 시민들의 물음이 향할지도 모른다. 도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며, 경찰은 선관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으면 결과에 상관없이 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의혹 건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는 보도만으로도 분위기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쯤 되면 ‘내 탓이요’로 시민들에게 이실직고하고 결단을 내릴 만도 한데 모두가 모르쇠로,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기자회견이 열리던 당일 홍 시장은 입장문을 내고 “특정 정파 여론몰이 괴담을 중단하라”며 “창원시민은 더 이상 가짜 뉴스 선전 선동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등 뒤로 왔다 갔다 하던 반딧불이의 불빛이 물 폭탄으로 고통받는 수재민들에게 희망의 빛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마냥 꿈같은 생각일까?

 어둠 속 하늘 한복판을 가로질러 은하수가 흘러간다. 도민이 바라고 시민이 바라는 창원특례시의 위상과 가치에 대한 기다림은 희망의 강을 건너 조금씩 다가오고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일반적 정상의 사고를 가진 공무원과 우리 시민이 함께 살아간다.

 지나온 시간 저편 본능의 언덕 그 어딘가에 우리가 꿈꾸는 행복도시를 알려주는 길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순리대로 이치대로 세상을 다시 만들어갈 발걸음들의 뚜벅거림이 느껴지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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