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 박사의 밥상머리교육학]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본을 보이는 교육

  • 입력 2023.07.31 10:26
  • 수정 2023.10.09 11:18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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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태 창원 남정초등학교 교장·시인
오인태 창원 남정초등학교 교장·시인

 ‘밥상머리 인문학’은 ‘시가 있는 밥상’에 이은 내 두 번째 산문집이다.

 뭐든 격식과 품격이 사라지는 요즘, 소반에 차리는 밥상으로나마 빛바래가는 공동체 의식을 되돌아보며, 공동체의 성원인 사람의 도리와 품격에 대해 짚어보고 싶었다. 자기성찰과 점검의 과정이기도 했다.

 ‘밥상머리 인문학’을 주제로 전국을 돌며 수십 차례 강연도 하고, 평생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내 딴에는 각을 잡노라 했지만, 정작 내 애들에겐 소홀했던 미안함이 이 책을 낸 또 다른 이유다.

 아버지 부재의 시간을 오래 보낸 두 아이에게 하지 못한 때늦은 밥상머리교육이라고나 할까.

 교양이나 상식이 없는 사람을 “본데도 없고 배운데도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본데’는 가정교육을, ‘배운데’는 학교교육을 뜻한다고 보면, 본데가 없다는 것은 바로 밥상머리교육, 곧 가정교육의 부재를 탓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어머니는 밥상에 차려내는 음식으로, 아버지는 그 밥상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몸소 보여줌으로써 자식들을 깨우치셨다.

 아버지는 밥상 앞에서 한 번도 반찬투정을 하거나 어머니를 핀잔하지 않으셨고, 훈계조로 자식들을 나무라거나 우격다짐으로 강요하지 않으셨다.

 자식 누구도 콕 찍어 타박하거나 차별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보통학교 문턱도 넘지 않았지만 국문이든 한문이든 막힘이 없었고, 한 번 말을 뗐다 하면 대단한 달변이셨다.

 그러나 애주가인 아버지가 취중에라도 실언을 하거나 남과 다투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내가 전교조 포기각서를 쓰지 않고 버틸 때도 끝내 가타부타 참견하지 않으셨다.

 농사일을 하면서도 그 흔한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짓이기지 못했던 어머니는 늘 “사람한테 못할 짓 하지 마라”, “잘했다. 그 정도면 됐다”고 이르셨다.

 사람과 생명에 대한 연민, 자족하는 삶의 자세를 내가 조금이라도 갖췄다면 어머니를 보며 익혔으리라.

 아버지는 제수용 생선으로 꼭 참조기를 고집하셨다.

 사나흘 소금에 절여 보름 이상 말린 후 통보리 속에 넣어 저장한 조기를 보리굴비라 한다.

 주로 참조기를 사용한다. 유명한 영광굴비도 법성포 앞 칠산 바다에서 잡은 참조기로 만들어서 최고로 친다.

 보리굴비를 죽죽 찢어 고추장에 푹 찍어서는 얼음 동동 띄운 찻물에 만 밥과 함께 넘기면 무더위에 이보다 더한 호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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