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가장 강하다는 인간의 뿌리도 바이러스에 흔들림을 당한다는 것을 알고 보면

  • 입력 2023.08.01 10:37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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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팔월 한더위에 빨갛고 실한 고추가 매운 향을 풍기며 달려있다. 긴 장마 이겨내며 깊고 어두운 땅속에서 뙤약볕을 견뎌온 뿌리 덕분이겠지 싶은 마음에 무성한 잎과 그 열매들이 신통하게 여겨지는 계절이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 뿌리라면 사람의 뿌리는 아버지의 뿌리로부터 먼 조상의 뿌리로 이어져 내려오는 귀하고 귀한 존재의 뿌리에서 시작돼 다시 자손이라는 가지를 뻗어나가게 하는 신통함을 지녔다.

 그런 귀한 존재들이 우리 스스로의 그릇된 생각으로 환경을 지배하려다 오히려 환경에 지배당하는 현상을 보며 인간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람이라고 믿었던 확신도 이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간간이 부는 바람이 한낮의 더위를 잊게 해 주지만 언제부턴가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는 견디기 힘든 여름이 왔음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지 기계장치에 의한 냉방이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절대적으로 작용한 이후 실내 호흡기질환자가 생각 외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가 요망된다.

 봄을 지나오는 길에 잠잠하던 코로나가 다시 재유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언론을 통해 들어서 아는 사실이다. 최근 국내 확진자의 수가 일주일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며 위중증 환자도 21일 만에 7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분명 위험 예고 수준에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신호쯤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BA.5’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 확산 속도는 지금보다 더 빨라질 거라 하니 개별 건강에 정말 유의해야 할 시기임을 다시 상기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감염내과 모 교수가 8월 첫째 주쯤이면 지금의 유행 속도로 봐서 1일 10만명은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만 봐도 코로나 확산이 얼마나 심각해져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재유행의 이유 3가지를 분석해 보면 백신 접종자들의 접종 시간 경과로 면역력 저하 시기 도래와 정부의 방역 조치 완화에 따른 법적 격리 의무 해제, 그리고 마스크 미착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와중에 질병청이 내달 초 코로나19 방역 완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는 2급 법정 감염병을 4급으로 낮추겠다는 말로, 2급 감염병은 격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지만 4급은 독감처럼 받아들여져 법적인 지원이나 통제가 다소 낮아져 예방 활동에는 많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제는 각자 개인의 건강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하는 수밖에 없다는 계산도 당연한 시절이 됐는지 모른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에 의한 경제 대공황의 수준으로까지 가는 경험을 한 바 있다. 일반 감기와 같은 수준의 관리 외에 특별한 조치를 취했다가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 시절로 또 후퇴할지 모른다는 판단이 드는 걸 보면 어쩌면 당연한 정부 시책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노력이 자연을 이긴다’라는 말은 이제 틀렸는지도 모른다. 물체에는 기(氣)는 있으나 생(生)이 없고, 초목은 생은 있으나 지(智)가 없다. 동물은 지가 있으나 의(義)가 없다. 하지만 사람은 기도 있고 생도 있으며, 지도 있고 또한 의도 있다. 그로 인해 천하에서 가장 강한 것이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고 천재지변이나 바이러스 하나에도 감당하지 못하는 미물이라는 걸 알고 보면, 그 단단해 보이던 인간의 뿌리도 흔들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는 것이 대자연이고 바이러스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지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라는 의미에는 가장 깊고 오랜 뿌리가 있음이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근원적으로 한 뿌리라는 사상을 망각한 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우기며 자연에 대해 온갖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 우리의 과거다.

 자연에 대한 겸손을 모르는 인간의 오만함이 극에 달해 있음에 대한 경고치고는 코로나도 그렇고 많은 것들이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우리는 코로나로 경험한 바 있다.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었는지를 안다면 개인의 건강이 국민 전체의 건강일 수 있다는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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