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창원’에서 ‘창원’을 찾아라!

  • 입력 2023.08.03 10:27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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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욱 편집국장
노종욱 편집국장

 승수연담록은 송(宋)나라 왕벽지(王闢之)가 남송(南宋) 고종(高宗) 이전의 잡다한 일화들을 모아 엮은 책인데, 이 책의 6권에는 독서를 무척 좋아했던 송나라 태종(太宗)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태종은 이방(李昉) 등, 14명의 학자에게 사서(辭書)를 편찬하도록 명했다.

 이들은 이전에 발간된 수많은 서적을 널리 인용하는 등, 7년 동안의 작업을 통해 사서를 완성했다.

 55개 부문, 일천 권에 달하는 방대한 이 책은 처음 서명을 태평편류(太平編類)라 했으나 후에는 태평어람(太平御覽)으로 개칭했다.

 태종은 이 사서가 완성되자 몹시 기뻐하며 매일 이 책을 읽었다.

 스스로 하루에 세 권씩 읽도록 정해 놓고 정사(政事)로 인해 못 읽는 경우에는 쉬는 날 이를 보충했다.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신하들에게 태종은 항상 다음과 같이 말했다.

 “책을 펼치면 이로움이 있으니, 짐은 이를 피로하다 여기지 않소(開卷有益, 朕不以爲勞也)”라는 말에서 개권유익이 유래됐다.

 개권유익(開卷有益)이란 ‘책을 읽으면 이로움이 있음’을 말한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계절이 주는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가을을 그렇게 느끼게 하는 모양이다.

 또 가을은 사랑의 계절이기도 한 것 같다.

 떨어지는 낙엽에 누구나 한 번쯤 시인이라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필자는 책을 읽는 시기를 따로 구분 짓는 것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얼마나 독서를 게을리하면 계절을 특정해서 독서를 권장하는 것인지 소위 ‘웃픈’ 현실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때와 장소를 특정해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어감에 눈이 침침해져 책 읽기가 어려워질 때 한탄 말고 틈틈이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어떨까?

 필자는 올해 휴가 기간 동안 평소 읽고 싶었으나 이 핑계, 저 핑계로 다져진 게으름으로 읽지 못한 책 3권을 읽기로 작정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요, 또한 나를 내려놓고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수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살면서 되게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좋다’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

 길을 나서면서 기대하지 않았지만 마주하는 현상으로 인해 아주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자연이 그렇다. 우리가 평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선물이다. 좋다. 그냥 좋다.

 책이 그렇다. 여기저기 무심코 나뒹굴던 책을 집어 들어 읽기 시작해서 뜻하지 않게 만나지는 새로운 감동이 그렇다. 그냥 좋다.

 필자도 사람들에게도 그저, 그냥 좋은 사람이고 싶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은 그래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냥 좋은 사람이고 싶다.

 현자(賢者)들은 책 속에 바른 길이 있다고 했다.

 지혜로운 자들은 항상 책을 가까이 두고 그 속에서 방법을 찾곤 한다.

 우자(愚者)들도 책을 읽는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은 오직 자신이 읽은 단 한 권의 책 속에서 세상의 모든 이치를 찾아 헤맨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살면서 ‘오로지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길에서 길을 찾는다’란 말이 있다.

 이는 ‘진리는 단순하고 평범한 곳에 있다’라고 이해하고 있다.

 창원시도 ‘창원에서 창원’을 찾아야 한다.

 ‘창원’이라는 책의 저자는 행정과 의회와 주민이 돼야 한다.

 책을 쓰고 엮는 이들로 행정과 의회와 주민들이 더불어 저자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진심을 가지고 평범함에서 인간으로서의 정(情)을 진정으로 나눌 때 ‘창원’이라는 책을 읽는 이들은 감동할 것이다.

 지난 1년의 창원에서는 창원이 없었다. 오로지 이전투구만 있었고 볼썽사나운 송사(訟事)만 있었을 뿐이다.

 또 수많은 현상 속에서 시장과 제2부시장 관련 유쾌하지 않은 소식들도 창원이라는 책에 쓰였다.

 희망보다는 불안과 탄식에 가까운 내용들이 기록됐다.

 이제라도 ‘창원’다운 책을 엮어 창원을 찾는 이들과 창원의 꿈을 꾸는 미래세대에게 희망과 감동으로 선사해야 한다.

 관심으로 돌아보면 창원에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다.

 행정과 의회, 주민들이 다 함께 창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창원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긍지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내용들로 기록해야 한다.

 그리할 때 사람들은 ‘창원’이라는 책을 읽기 위해 창원에 대한 관심을 보일 것이고 또 방문할 것이다.

 우리는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있는 모습 그대로 진솔한 책을 기술하면 된다.

 가장 진솔한 모습이 가장 큰 감동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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