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서로 사이좋게 어울려 사는 세상을 질서가 바로 잡힌 사회라 말한다

  • 입력 2023.08.08 14:08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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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하늘을 올려다봤다. 까만 어둠 사이로 죄인에게 가하는 징벌의 법 조항이 별빛처럼 나열돼 죄목을 하나하나 열거해가며 죄를 묻는다. 오늘은 그리 길지도 않았던 밤이 불면으로 새벽까지 빨리 맞았다.

 살아내는 일은 죄를 만들어가는 행위와 더불어 나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아픔도 키워가는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으로 반성이라는 글자를 하늘일 것 같은 까만 공간에 써봤다. 뜨거워야 할 여름밤이 오히려 차갑게 느껴지는 것에는 인간의 부족함이 만들어내는 부족한 인격의 결과에 대한 당연함으로 스스로 추해지는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남 탓으로만 전가하려는 세상이 됐는가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여름을 지나고 있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파행 위기에 놓이자 정부가 뒤늦은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부실 운영 책임을 놓고 정치권에선 서로 다른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무슨 일만 나오면 여야는 서로 ‘네 탓이요’를 주장하며 내 잘못 아니라는 식의 억지 논리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남 탓 문화가 도를 넘어 우리나라 정치의 못된 습관이 돼가는 것 같아 한숨으로 이어진다. 만약 잼버리 대회가 성공했다면 서로 경쟁적으로 자기들이 유리한 쪽으로 대대적 선동에 나섰을 것은 뻔한 일이다.

 지난해 5월 이번 정권이 출범했고 선거는 3월에 있었다. 정권이 출범한지 벌써 1년하고도 3개월이 넘었음에도 아직 지난 정권을 탓하는 것은 현 정권 스스로 지난 1년을 부실하게 보낸 무능을 발설하는 행위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뿐이겠는가.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일부 국가에서 퇴소를 결정하고 파행에 가까운 행사를 하고 있음에도 내 탓이라고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조직위 어느 누구도 아직 보지 못했다. 끝나고 나면 강도 높은 조사가 예상되지만 이미 국제적 망신은 당할 대로 당한 상태다.

 우리 사회에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스스로 사회의 리더라 칭하는 사람들도 리더답지 못한 품행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주 언론에 노출된 창원지역 CC 대표의 처신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자기가 행한 잘못에 대한 이해와 용서를 구할 줄 알아야 또다시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는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사람에게는 날 때부터 남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과 옳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 겸손해 남에게 양보하는 사양지심과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시비지심이 있다고 한다. 이 네 가지 마음을 잘 닦으면 인, 의, 예, 지의 덕목을 갖춘 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로운 인간이 돼 세상을 평안하게 할 수 있다고 배웠다.

 하늘이 내려준 올바른 마음을 잘 가꾸는 사람은 세상 누구와도 즐겁게 어울려 살 수 있다. 자신이 중요하면 함께하는 조직 구성원의 삶과 인격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과 남 탓만 하는 사람은 늘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잘못에 대한 사과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남 탓하지 않고 서로 사이좋게 어울려 사는 세상, 내가 한 일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질 줄 아는 세상을 우리는 질서가 바로 잡힌 사회라고 규정한다. 자기 스스로를 다잡고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은 상대를 비방하지도 않으며 상대의 잘못까지도 포용하려 한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이런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저녁 바람이 아파트 화단을 빼곡하게 채운 푸른 잎을 흔들고 지나간다. 스치는 순간엔 그렇게 절실한 바람이었어도 지나고 나면 겨우 나뭇잎 한 장 흔들고 지나가는 그저 그런 흔해 빠진 바람 정도로만 기억된다면 저녁 바람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까?

 잎을 스친 바람도 밤을 이어가는 달빛 못지않게 여름보다 먼저였던 봄 햇살만큼 소중한 때가 있었음을 우리는 안다. 사소한 것에 대한 감사와 남에게 책임 전가하지 않는 자연의 질서에서도 우리는 배울 것이 많음을 알아야 한다.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은 짧고 강하지만 명료한 결과에 흔들리지 않는다. 늘 모자람이 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책임지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었음을 우리는 눈으로 봐왔다. 우리가 지닌 처음의 본성도 원래는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의 모습이었으리라.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가 스카우트 정신에 먹칠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의 모습 그대로, 간결하고 굳은 마음으로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대한민국이었으면 좋겠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스스로 내가 지은 죄는 없는가에 대한 징벌의 법 조항을 펼쳐놓고 자가 진단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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