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광복 78주년, 우리에게 주어진 평화로운 일상은 누구 덕분인지에 대하여도 생각해 볼 일이다

  • 입력 2023.08.15 12:29
  • 수정 2023.08.15 20:4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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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별생각 없이 ‘생각’이라는 말을 참 많이 하고 살았다. 생각으로 인한 실행은 상대의 의사와 무관하게 스스로가 내린 결론에 따라 상대에게는 예상치 못한 아픔을 자극하기도 한다.

 생각이라는 단어는 흔히 쓰는 말이지만 주어지는 결론의 차이는 다양하다. 비슷한 말로 사고와 사색, 사유는 어떻게 다른지도 생각해 봤다.

 사고는 ‘머리와 가슴으로 생각한다’는 말이고, 사색은 ‘얽힌 실타래에서 더듬어 찾는다’는 뜻이며, 사유는 ‘마음에 묻는다’는 뜻의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슷하지만 약간의 의미는 다르게 그 쓰임새가 있어 보인다.

 생각은 한자에서 파생하지 않은 순우리말이다.

 어제가 우리 국권을 회복한 광복 78주년 되는 날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평화로운 일상 또한 누구의 덕분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생각도 깊이 해봐야 할 일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만큼의 삶을 지나오면서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는 생각하지 못하고, 늘 주관적 사고로 판단해 정당과 진보 보수의 논리에 편승한 결론에 따라 국가를 위해 헌신해 온 애국열사들의 지위가 뒤바뀌는 현상도 경험해 본 일이 있다.

 좀 더 사려 깊은 마음으로 내 생각만이 ‘정답이다’라는 결론에 앞서 크게는 정당 간의 문제, 작게는 조직 내부 부서 간에서 행해지는 특성에 대한 이해와 생각들을 통일시켜나가려 하는 마음들이 모여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의 선별 과정이 공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곁들여 본다.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 일상을 만들어주신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그들의 업적을 받드는 일도 우리가 가진 생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생각의 문제가 모든 일의 발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나를 생각하는 나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도 우리 저마다 깨닫고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하루아침에 놀라운 변화가 생기는 기적은 없겠지만, 그래도 문제의 모든 본질은 항상 남이 아니라 당사자인 나에게 있음을 반성하고 스스로에게 좀 더 사람다워지라는 다짐이 필요한 시절이다.

 모든 스포츠의 룰은 ‘정정당당’이다.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이 함께 응원하면서 공존하고 어우러지게 하는 스포츠가 아름다운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은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할 줄 아는 생각이 담긴 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광복절과 국가기념일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학교에서 배웠던 광복절과 각종 국경일 노래들이 지금의 학교 교육에서는 많이 배제된 느낌이라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언젠가 부산 UN기념공원에 세계 각국에서 참여한 유엔군의 묘지가 있지만 미국군의 묘지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미국인은 자식이 전쟁에 나갔다가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홈커밍(homecoming)’을 최고의 경사이자 영예로 여기며,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는 단 한 명도 타국에 둘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 모든 전사자를 본국으로 송환해 희생자들의 고향 마을 공동묘지에 안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부산 UN기념공원에 미군 전사자 3만6492명의 묘는 없지만, 대신 3만6492명의 소속부대와 계급과 이름은 오석(烏石) 벽면에 새겨놨다.

 미국이 왜 강대국인지, 미국 군대가 왜 강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발전에 대한 과정과 업적, 그리고 누구 덕분에 이렇게 잘 살게 됐는가에 대한 생각보다는 현재 내가 소속된 정당이나 지지하는 정당이 어디냐에 따라 정치인을 판단하는 시각도 다르게 결정되는 세상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광복이 무슨 의미를 지닌 날인지도 모르고 사는 세대들도 많으리라는 생각이다.

 공교육의 문제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문제에 기인한 결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생각에 대한 필요가 많아 보이는 문제들을 우리가 너무 많이 안고 산다.

 실수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자세, 스스로의 판단력으로 스포츠 정신에 빗댄 본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정정당당한 생각의 룰을 지키며 살아가는 시민이 많았으면 좋겠다.

 본지 편집부 기자들도 지난주 제주 워크삽을 다녀오며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각자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정리해 봤다.

 내가 가진 생각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과 함께하면 그 가치는 분명 배가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생각이 많아지면 신문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얻게 된 결과를 가지고 돌아온 내용만으로도 성공적 일정이었다.

 우리 사회 구성원도 생각의 깊이를 알고 광복에 대한 생각,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준 지도자에 대한 생각,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선열에 대한 예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 이런저런 신중한 생각이 많아지는 팔월의 숲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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