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오페라로 거듭난 이달균 시조-신명의 한판축제 ‘말뚝이 가라사대’

  • 입력 2023.08.15 18:30
  • 수정 2023.08.15 20:40
  • 기자명 /이현수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달균 시인. 직접 독자와 만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시를 바탕으로 오페라를 만드는 등 독자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달균 시인. 직접 독자와 만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시를 바탕으로 오페라를 만드는 등 독자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오후 7시 30분, 합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는 오페라 ‘말뚝이 가라사대’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말뚝이는 오광대놀이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 등장인물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오광대놀이와 오페라는 어떤 접점에서 만나는가?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런 의아한 생각으로 공연장을 찾았다고 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1시간 동안 무대를 휘어잡는 말뚝이와 비비, 하인들은 풍자와 유머로 소통의 한바탕 놀이로 신명난 무대를 꾸몄다.

 평생 을(乙)의 신세로 살던 아랫것들이 맘껏 양반을 골리고 놀리는 광대놀이에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이는 시조로 쓴 사설에 구성진 목소리를 담아 펼친 신명 축제 한마당이라 할만하다.  

 그렇다. 이 오페라는 상상을 뛰어넘은 장르의 결합이다.

 국악기를 주로 연주하는 마당극에서 벗어나 바이올린, 비올라, 콘트라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악기들로 음악을 만들고, 성악가들에 의해 아리아와 합창으로 꾸민 무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달균 시인과 말뚝이 가라사대 배우들

 공연장을 나오는 이들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양악과 만난 오광대놀이가 이채로웠고, 이런 공연은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다. 

 이 오페라는 이달균 시인의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동학사. 2009)를 원본으로, 시인 본인이 각본을 쓰고, 작곡가 전욱용 씨가 곡을 붙여 탄생 되었다.

 공연 주체는 경상오페라단으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추진하는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순회 공연되고 있다. 

 오페라 ‘말뚝이 가라사대’는 지난 2022년 1월 20일 진주경상대예술관콘서트홀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22년 7월 9일 을숙도문화회관, 12월 14일 양산쌍벽루 아트홀, 지난 6월 합천군의 초청으로 네 번째 무대를 가졌다.

 경남은 오광대의 고장이다.

 각 지역마다 오광대가 있는데, 가급적이면 오광대가 있는 시·군을 찾아 무대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낸다. 

 이달균 시인은 시의 외연 확장에 깊은 관심이 크다고 말한다.

 현대에 와서 시집은 시인들끼리 돌려 읽는 책이 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 현실이다.

 시인이 많고 시집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독자와 교감하는 기회가 줄어들고 스스로 만족에 빠지는 문제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그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독자와 만나는 기회를 찾았고, 이런 시도를 하게 됐다고 말한다. 

 작곡가인 전욱용 씨와는 협업을 통해 2시간 분량의 공연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이번 오페라가 시집의 전체 5과장 중 2~3과장을 위주로 각본 작업을 했는데, 얼마 전 4~5과장까지 전 과정을 엮어 대본화했고, 이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라 한다.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는 시인에게 매우 중요한 시집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세종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생인 김태정(한국무용전공)이 이 시조집을 주제로 한 무용 ‘‘말뚝아! 놀아보세…’ 춤 이미지 재해석’이란 이름으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이달균 시인은 그동안 시의 확장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다.

 시를 시집에 묶어두면 독자를 잃는다. 어쩌면 시집은 시의 감옥일 수 있다. 그러므로 그 감옥에 시를 묶어두기보다 독자 곁으로 들고 와야 한다. 

 이런 작업은 평소 그가 생각해 온 신념을 실천하는 한 과정으로 이해할만하다.  

 예전엔 6편의 장편 시극(詩劇)을 창작하고 연기지도와 연출까지 하기도 했다. 시극은 짧은 시를 통해 ‘극적 장면들’을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연출한 장편시극은 ‘윤동주, 새벽이 올 때까지’(1999년), ‘북행열차를 타고’(2000년), ‘개미사냥’(2001년), ‘3·15 그 못다 부른 노래’(2002), ‘연어’(2003), ‘함안 칠서 연개장터 만세운동’(2009)’등이 있다.

 또한, 국가기념일 행사에 참여해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현충일 공연 노랫말 ‘백두대간을 넘어’,‘6월에 부르는 노래’ 등을 작사했고 사라예보윈터페스티벌의 주제가 ‘축제의 사라예보’를 작사해 헌정하기도 했다.

 이 노래는 매년 축제 때마다 불리고 있으며 지난 2019년 2월엔 보스니아 사라예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보스니아 국립합창단에 의해 무대에 올려져 큰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달균 시인에게 이런 시도는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는 사진작가 손묵광과 함께 한국의 석탑(국보 및 보물)을 찾아 시와 산문을 담아 ‘탑, 천년을 살면 무엇이 보일까’(쌤앤파커스 간)를 펴냈고, 이 원고를 신문과 잡지 ‘샘터’에 연재하는 등 교감과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

 아직도 그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오페라는 미완이라고 한다. 전 과정을 담은 2시간 분량의 오페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제5, 제6의 공연이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그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한국 문학사를 장식하는 중요한 기록으로 남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 이달균 시인 프로필         

 

 

● 1957년 경남 함안 출생

● 1987년 시집 ‘南海行(남해행)’과 ‘지평’으로 문단 활동 시작.

● 2003년 사라예보윈터페스티벌에 코디네이트로 참가해

  주제음악 작사.

● 2007년부터 국가기념일행사(현충일, 광주5·18기념일 등)

  작사가로 다수 참여.

● 2010년 ‘말뚝이 가라사대’ 세종대학교 석사학위공연,

  김태정- 해설집(‘말뚝아 놀아보세…’춤 이미지 재해석) .

● 2018년 사라예보 페스티벌 초청, 사라예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보스니아 국립합창단 연주.

  2022년~2023년까지 ‘말뚝이 가라사대’ 오페라 4회

  초청공연(경상오페라단).

● (현) 경상남도문인협회장.

 

 

 ◆ 저서 =

 ‘탑, 선채로 천년을 살면 무엇이 보일까’, ‘열도의 등뼈’, ‘늙은 사자’, ‘문자의 파편’, ‘말뚝이 가라사대’, ‘장롱의 말’, ‘북행열차를 타고’, ‘남해행’ 등.

 시조선집 ‘퇴화론자의 고백’, 가사시집 ‘열두공방 열두고개’. 시조평론집 ‘시조, 원심력과 구심력의 경계’. 영화감상문집 ‘영화, 포장마차에서의 즐거운 수다’. 

 ◆ 수상경력 =

 중앙시조대상 및 신인상, 조운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경남문학상,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마산시문화상, 산해원불교문화상 등 다수 수상.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