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신뢰는 자신으로부터 출발이다.

  • 입력 2023.08.17 10:53
  • 수정 2023.08.17 20:00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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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욱 편집국장
노종욱 편집국장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은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정치가인 상앙의 법령 시행에 관한 일화가 실려 있다.

 상앙은 새로운 법을 정했으나, 백성들이 이를 믿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는 세 길이나 되는 나무를 남문에 세우고 이를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금 열 냥을 주겠다고 포고했다.

 그러나 백성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겨 감히 옮기지 않았다.

 상앙이 다시 금 오십 냥을 내걸자, 한 사나이가 나타나 그것을 북문으로 옮겼다.

 상앙은 즉시 그에게 상금을 줘 거짓이 아님을 내보였다.

 이렇게 해 신법(新法)을 공포했는데, 일 년 후 백성들이 그 법령의 불편한 점을 고하며 도성으로 몰려왔다.

 이때 태자(太子)가 그 법을 어겼다.

 상앙은 법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이 상류층 사람들이 범법(犯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태자의 보좌관과 그의 스승을 처형했다.

 이후 백성들은 기꺼이 법령을 준수하게 됐던 것이다.

 사목지신(徙木之信)이란 ‘약속을 반드시 실천에 옮긴다’는 것을 뜻하며 이목지신(移木之信)이라고도 한다.

 2023년도 벌써 8월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 거의 모든 광역·기초단체에서는 단체장의 1주년 성과를 경쟁하듯 홍보했다.

 하지만 그 홍보 내용 속에는 단체장의 정치적 치적만 있을 뿐 주민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그들의 수많은 치적(治績) 속에는 주민의 민원 해결과 편의시설 확충 그리고 주민 복지도 있었지만 주민이 실제적으로 실감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정책의 펼침은 부족했다는 말이다.

 며칠이 지나면 올해도 4개월 밖에 남지 않는다.

 저마다 새해에는 “꼭 이루겠노라”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신년의 계획들은 “꼭 지키겠다!”는 신념보다는 “언젠가는 지킬 것이다!”라는 다짐에 더 가까워진다.

 필자도 올해를 시작하면서 나름 비장한 계획을 세웠었다.

 그것은 ‘올해는 꼭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었고 ‘매달 책을 4권 이상 읽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료하고 삭막한 일상 탈출을 위해 ‘색소폰을 배우는 것’이었고 건강을 위해 ‘매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올해 초 다짐들을 한 해의 중간을 약간 넘은 지점에서 점검하니 ‘흡연’은 여전했고, 책은 1권 이상 읽지 않았으며, 색소폰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운동은 귀차니즘에 불어난 뱃살이 전신(全身)을 점령한 상태였다.

 결국 ‘나’자신과의 약속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것이었다.

 자신과의 약속은 항상 지켜지기 힘들다.

 실천하지 못함에 대한 당위성과 자기합리화에 대한 변명으로 지키지 못했음에 대한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이라는 다짐과 ‘바빠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자기변명의 합리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며 애써 위로하려 해 보지만, 찝찝한 마음은 금할 길이 없다.

 행정과 의회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이 든다.

 신년인사를 통해 ‘올해는 도약하는 자치단체를 만들자. 그리고 주민들을 위한, 주민과 소통하는 의회상을 구현하겠다’라는 구호를 남발하며 ‘한 단계 도약하는 한 해를 만들자!’면서 힘차게 출발했던 모습은 간데없다.

 일부 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의 일련의 적절하지 못한 사건들로 인해 그 의지는 흐지부지 주민들에게 외면받는 처지가 돼 버렸으며, 해당 자치단체와 해당 의회는 세간에 회자(回咨)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주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고 있어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을 뿐이다.

 먼저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그리고 지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행정(行政)과 의정(議政)을 펼쳐야 한다.

 진정성을 가진 솔선수범의 자세가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한 일에 대한 실수의 빠른 인정은 주민들도 용납한다.

 하지만 근본 없는 변명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지난 7개월 동안 무던히도 상호 간의 소통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불통으로 인해 무수한 오해와 의혹들만 부추겼다.

 행정은 주민들에게 선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주민들이 신뢰하고 따라갈 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행정 본연의 책임인 것이다.

 같은 길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떠나는 길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돌아오는 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은 진심을 다한 길을 마련하고 그 길을 통해 주민들은 신뢰의 발걸음만 재촉하면 되는 것이다.

 남은 4개월 동안 다시 한번 점검해서 희망찬 다음해를 맞이하기 위해 서로의 소통으로 인한 화합된 모습을 간절히 소망해 본다.

 올해도 4개월이나 남았다.

 경남도를 비롯한 경남의 각 자치단체와 주민의 대표인 광역·기초의회에서도 상앙의 사목지신(徙木之信)의 신념을 가지고 정책을 펼쳐야 하며, 펼치는 행정과 의정활동은 자신들부터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믿음을 주민들에게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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