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내 안의 감정은 주인이 아니라 그저 내 안을 오가는 손님일 뿐이다

  • 입력 2023.08.29 13:56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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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어떻게 살아내는 것이 잘 살아내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아직 얻지 못했다.

 후보 매수 혐의로 기소된 홍남표 창원시장의 재판 진행을 두고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 공직선거법 선고 기한인 6개월을 지나도 한참 지났다.

 법의 기준이, 그것도 재판 일정이 이렇게 흘러가도 되나 싶을 만큼 선고 일정은 예상하기 힘들어졌다. 현행 선거법상 ‘1심 선고는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 이뤄져야 한다’라는 일반적 내용으로 알고 있지만 이 또한 사실상 훈시 규정이라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2일 시장 집무실 압수수색에 이어 11월 20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남표 창원시장의 경우 지난 1월 26일 첫 공판이 있었지만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정확한 선고 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는 게 아이러니한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8월 28일 13회차 공판에서 홍 시장은 법정에서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했고 이로 인한 공판 중단과 119 후송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음 공판 일자가 9월 18일이고, 아직 피고인 심문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증인 심문만 하고 있는 현재의 추세라면 1심 선고 예상일은 아마도 11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따른 재판이 진행 중인 와중에 창원시 제2부시장마저 선거법 위반 의혹이 불거져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 민선 8기 창원시정에 적신호는 더 뚜렷해졌다.

 시장과 제2부시장이 재판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정이 얼마나 바르게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만 가득하다.

 급기야 지난주 금요일(25일) 창원지검은 홍남표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외 창원시장실과 인사과 그리고 정무직인 제2부시장실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해 수색한 바 있어 이는 조 부시장의 선거법 위반 의혹과 정치자금법 위반, 인사 청탁 과정에 금품이 오고 갔는지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닌가 싶은 판단이다.

 이미 언론 보도 등으로 제기된 조 부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과 관련, 경찰에서도 입건 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고, 도선관위는 최근 조 부시장의 창원시체육회장 선거 개입·사전 수뢰 의혹이 제기되자 자체 행정 조사를 벌여왔다.

 도선관위와 경찰, 검찰까지 나선 제2부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조사 진행은 홍남표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과 맞물려 창원시정이 제대로 가동될지에 대한 의문으로 그 모든 피해는 전부 시민에게 전가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기만 하다.

 시장의 재판이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시정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일임에도 모두가 법적 심판만 기다리고,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사례만 키우는 행위로 정치적 감각마저 상실한 듯한 처세는 시민들로부터 지탄받아 마땅하다.

 바람에 떨어진 꽃잎 하나가 멀쩡했던 시민의 눈을 가려버리고 지도자 한 사람의 소신 없는 결단에 시민은 허탈해 한다.

 내 안의 감정은 주인이 아니라 그저 내 안을 오가는 손님이라는 사실을 아는 정치인이라면 스스로의 입지를 다스릴 것이 아니라 시민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결단해야 할 시기가 지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시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지켜야 하는 시장과 제2부시장을 오히려 시민이 걱정해야 하는 심정을 홍남표 시장과 조명래 부시장은 아는지 묻고 싶다.

 쉽게 바뀌지 않을 정치인들에게 시민의 생각을 전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우리 시민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기대감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 씁쓸해지는 팔월이 떠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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