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 박사의 밥상머리교육학] 내 걸 내줘야 내게 돌아오는 것이 있다

  • 입력 2023.09.04 10:33
  • 수정 2023.10.09 11:17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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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태 창원 남정초등학교 교장·시인
오인태 창원 남정초등학교 교장·시인

 남해 미조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두 번째로 모신 교장이었는데 부임하시던 날의 말씀이 기억에 또렷하다.

 “난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아는 사람이다. (사람을) 믿으면 쓰고 쓰면 믿는다.”

 그분은 당시 연구부장으로 학교 일을 도맡다시피 하던 나를 무엇이든 믿고 지원해 주셨고, 중요한 일은 항상 내게 물으신 후 결정하셨다.

 나도 그분이 학교를 경영하면서 생기는 어려운 일들을 앞장서서 도왔다.

 내가 나서서 풀릴 문제면 마다하지 않고 해드렸다.

 복직하고는 거의 해마다 연구부장을 맡았는데 나중에 필요한 일이 있어 확인해 보니 정작 부장 점수를 받은 햇수는 연수부장 1년을 포함해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일은 하면서 점수는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 결과다.

 인사권자인 교장 선생님께는 그만큼 재량권과 운신의 폭을 넓혀드린 것이기도 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기다. 대개 점수를 받는 자리인 부장에 수석장학사에 수석연구사까지 몇 년을 했지만, 근무 평점 최고 점수를 받은 건 딱 두 번, 그러니까 두 해뿐이었다.

 5년 만기로 남해교육청에서 창원에 있는 경남교육연구정보원으로 옮길 때와 교육전문직 근무 8년 만에 교장 승진 연수 순번을 받을 때였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줘 내게 호감과 믿음을 갖게 하고 그걸로 잠시나마 고맙게 여겼다면 손해 본 일은 아니다.

 아니, 더 소중한 걸 얻었으니 이익을 본 셈이지 않은가. 위신과 체면까지 챙겼으니.

 무엇이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주면 내게 돌아오는 게 있는 법이다.

 “장에 갈 새가 있었이믄 바지락도 사 오고 생미역이나 파래를 넣어 설치국이나 했이믄 좋았을 긴데.”

 박경리의 ‘토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런 말 쓰임새가 있는 걸로 보아 내가 잘못 알고 있지는 않은가 보다.

 설칫국은 남해 와서 처음 먹어본 음식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설칫국이라는 음식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설칫국은 청각, 양파, 풋고추 따위를 다진 마늘, 식초, 매실청으로 양념해서 바지락이나 홍합을 삶아 식힌 육수에 그 건더기와 함께 넣어 차게 낸 국이다.

 집집이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 중요한 건 바지락이나 홍합 삶은 물을 식혀서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물이 톡톡하니 게미가 있다.

 여기에 얼음까지 살짝 띄우면 술국으로는 이만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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