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우리의 관심은 그분이 아니라 그것이다

  • 입력 2023.09.07 10:57
  • 수정 2023.09.07 19:29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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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욱 편집국장
노종욱 편집국장

 오리무중(五里霧中)이란 말이 작금의 창원을 살아가면서 창원을 바라보는 처절한 느낌이다.

 이 말은 ‘넓게 퍼진 안갯속에 있다’라는 뜻으로, ‘일의 갈피를 잡을 수 없거나 사람의 행적을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인 힘이 아닌 신비한 방술(方術)로 믿기 힘든 이적을 일으키는 도술(道術)에 관한 관심과 이야기는 예로부터 많다.

 후한 때 장해(張楷)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있다.

 장해는 성품이 도술을 좋아해서(性好道術) 5리에 안개를 만들 수 있었다(能作五里霧).

 임금이 여러 번 능력을 인정해서 등용하려 했지만, 병을 핑계로 나가지 않았다.

 제자들만 데리고 학문을 강학할 뿐이었다.

 인심은 그럴수록 더욱 찾게 되는지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세상을 피해 화음산(華陰山) 기슭으로 낙향했다.

 그를 찾은 인물 중에 관서(關西) 출신의 배우(裴優)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도 3리에 안개를 만들 정도의 도술은 부릴 줄 알았다(亦能爲三里霧).

 배우는 스스로 자기가 장해(張楷)만 못하다고 여겨서 실력을 키우기 위해 배우고자 찾아갔지만, 장해는 그때마다 피하고 만나주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는 안개를 만드는 방술을 이용해 도적질하려 했다고 한다.

 장해가 배우에게 오리무(五里霧)의 방술을 알려주지 않은 것은 장해의 은둔적 성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삼리무의 내공으로 안개를 만들어 도적이 되고자 했던 배우(裴優)가 그 방술을 좋지 않은 일에 사용할 것을 걱정한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이처럼 오리무(五里霧)는 장해가 일으킨 5리의 안개에서 나온 말인데, 그 뜻이 확대돼 오늘처럼 안개가 짙게 낀 날에는 앞을 분간하기 힘들어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을 표현해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 한다.

 작금의 창원시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현재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송사에 휘말린 현 시장과 제2부시장의 향후 입지가 그것이요. 또한 내년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가 그것이다.

 창원시민이 소망하는 것은 그리 거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가족의 건강과 작은 삶의 풍파에도 합심해서 이겨내고 행복하게 평안한 삶을 영위하는 아주 소박한 희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자기와 관련된 일련의 일들에 대한 대처 방법들을 찾지 못할 때, 여러 가지에 의지하거나 의존한다. 선현의 가르침을 찾기도 하고 선후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또 조금은 좌절하면서 그 일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도 하며 다시 일어서는 힘을 기르기도 한다.

 지금 창원시는 시민들의 맷집을 키우기 위해,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팬데믹을 준비하기 위한 면역력을 길러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처절하리만큼 감동스럽다.

 시민들과 소통하지 않으려면 그냥 가만히 있어라. 걱정거리만 만들지 말고.

 시민들이 걱정할까 봐 일련의 사태에 대한 설명이 없다.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지난 1여 년의 상황들에 시민들을 너무 어여삐 여기는 마음은 갸륵하지만, 시민들은 그냥 두고 보는 것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시민의 대표인 지역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작금의 창원시가 처한 문제에 관한 관심이 없다.

 아니 애써 외면하는 것 같다. 그들은 내년 총선의 공천과 출마에만 관심이 있을 뿐 시민들이 직면한 어려움과 자괴감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도심의 흉물이 돼가는 그들만의 현수막에 더 시민들의 피로감은 더 쌓여간다.

 시민들이 그들이 확보한 국가 예산보다도, 당리당략의 정치적인 문구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다르다.

 일방적이지 말고 시민들의 의견과 지역의 소리에 경청해야 한다.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이나 국회의원들은 창원시민이 아닌가? 제발 전반적인 시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줄 서지 말고 상황 뒤에 숨지 말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아니한가?

 분명한 것은 시민들이 창원시를 걱정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애향심마저 없애라는 말이 아니다. 시민들은 이런저런 정치에 관한 관심보다는 먹고사는 부분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관심은 ‘그분’이 아니라 ‘그것’이다.

 지금 창원시민들은 단체장과 부단체장의 거취와 누가 총선의 후보가 되는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최선을 다해 ‘잘 사는 창원, 앞으로 살고 싶은 창원’을 만들 것인가가 더 관심이라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시민의 소리를 들어라.

 ‘용기’는 ‘인정’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책임 있는 모습과 책임지는 모습에 시민들은 박수를 보낸다.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 때문에 벌써 공약이 난무한다.

 하지만 이제 지역민들은 공약(空約)에 현혹되기보다는 실현할 수 있는 공약(公約)을 내세우는 후보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출마자들은 여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당(黨)의 눈길을 받기 전에 민(民)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분명 명심해야 할 것은 지역 주민들은 관심은 ‘그분’이 아니고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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