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떨어지는 낙엽이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 입력 2023.09.19 17:38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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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떨어지는 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가을날 자신을 비우고 희생할 줄 아는 잎이 있기에 봄날 새싹이 파릇파릇 움틀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비우고 버릴 줄 알아야 새로움이 채워지는 현상을 사람들은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전국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적으로 글로컬 대학 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각 대학들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선제적 통폐합 작업에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들 본인이 소속된 대학은 문제없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쉽게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어 지켜보는 입장에선 안타까움이 크다.

 교육부가 진행하는 글로컬 사업의 정점은 대학 구조조정과 통폐합일 것이다. 지난 7월 교육부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우리 도내 대학인 경상국립대와 인제대 2곳이 예비 지정대학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 이전부터 경남도에서도 실행 계획 전담TF를 운영하며 경남이 항공, 방산, 조선, 기계 등 전국 최대의 우수 산업 기반이 포진해 있는 지역인 만큼, 지역 산업과 연계한 실행 계획 수립을 지원해 계획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컬 대학 지원 방안 마련과 조례·제도 개선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구 소멸과 사라져가는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대단히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교육 및 산업계, 연구기관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남도 글로컬 대학 자문위원회’를 통해 도내 예비 지정 대학이 글로컬 대학에 최종 선정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혁신 의지와 역량을 갖춘 비수도권 대학들의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적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 공모를 거쳐 비수도권 15개 대학을 예비 지정했고, 다음 달 10월 말께 10개 내외의 대학을 2023년 글로컬 대학으로 최종 지정할 예정에 있다.

 창원시가 추진하는 의과대 설립 유치가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일인지에 대한 의문에 앞서 당장 눈앞에 당도한 대학의 존폐가 더 큰 현재의 문제로 우리 지역이 넘어서야 할 급선무임을 도민은 더 잘 알고 있다.

 지방 명문 국립대마저 수도권의 3류 대학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지금의 현실을 바라보며 지방대의 위기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방대의 자존심을 지키던 일부 지방 명문 대학마저 그 경계가 무너지고, 고3 수험생들이 3류라도 수도권 입성을 원하는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더 연구하고 대처해야 할 당장의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지역 대학 위기의 문제를 지역 대학 자체만의 문제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필자는 몇 번의 논단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경남과 창원이 방산과 수소산업에 특화된 사업으로 미래 50년을 설계했다면 의대 유치가 시급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맞는 지역 대학에 특화된 학과를 신설해 산업 구조의 변화에 동참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늘 듣는 이야기가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를 두고 문화를 말한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문화를 얼마만큼 누리고 공유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궁극적 목적은 문화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해 믿고 취업할 기업과 꿈꿀 수 있는 다양한 직업군이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지방 대학이 살고 지방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특화된 기업이 우리 지방에 많이 들어와야만 가능하다. 포항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포스코이고, 울산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현대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에 견줄만한 대기업군이 경남과 창원에 특화된 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기대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떨어지는 낙엽이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젊은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상에 그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안전하고 든든한 기업 유치로 그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포스코와 유사한 고등학교, 대학교도 짓고 병원도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 우선임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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