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권위는 스스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존경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 입력 2023.09.21 11:23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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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욱 편집국장
노종욱 편집국장

 맹자 ‘이루장구하(離婁章句下)’에는 ‘대인이란 그의 어린아이 때의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大人者, 不失其赤子之心者也)’라는 대목이 있다.

 적(赤)에는 ‘붉은색’이라는 뜻 이외에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 옷을 걸치지 않고 몸을 드러냄’이라는 의미가 있다.

 순자(荀子)는 참되고 정성스러운 일편단심(一片丹心)을 적심(赤心)이라고도 했다.

 적자(赤子)란 ‘갓 태어난 아이의 몸 색깔이 붉은색’이라는 점에서 ‘갓난아이’를 가리키는데 서경(書經)에서는 적자(赤子)를 ‘백성’이라는 의미로도 사용하고 있다.

 맹자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이를 대인(大人)이라 생각했던 것이니, 적자지심(赤子之心·a child’s heart)이란 ‘어린아이의 마음, 즉 어린아이 때 그대로의 순진한 마음’을 뜻한다.

 이는 곧 ‘사람의 마음이 선량하고 순결함’을 비유한 말이기도 하다.

 어떤 일을 도모할 때에는 그 일이 정의로운지, 어떠한 경우에도 형평성을 잃지 않는지, 무엇보다도 그 일을 행하는 내게 부끄럽지 않은지를 잘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힘을 가지거나 권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에는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서는 ‘주민을 위한 일꾼’처럼 포장을 하지만 당선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중앙 정치를 하는 사람은 물론이겠거니와, 지방 정치를 하는 사람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힘이 없는 주민들은 그런 정치인들을 보면서 한탄만 하면서 뒤에서 뒷담화만이 그들의 소임인 양 열심히 삼삼오오로 모여 신랄하게 얘기들만 하고 있다.

 힘없는 주민들은 정치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무관심하다. 특히나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를 마주한 요즈음 그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치인들은 힘없는 주민들의 한 표를 모아 당선이 된다.

 그 주권이 하나일 때는 힘이 없을지 모르겠으나 모으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당선도 주민들의 한 표로 이뤄졌다면, 힘을 모아서 소환도 주민들의 한 표로 이뤄내면 된다.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하면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지배를 받게 된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1년이 넘은 지금 시점에 언제 그랬냐는 듯 그들은 주민 위에 군림하려는 모습처럼 느껴진다. 1년 전 당선된 대다수의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들에게 주민은 없다.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이들은 겸허하고 겸손하게 섬기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 주민들 위에 군림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실상은 군림하고 무시하고 있다.

 이럴 때 주민들은 가지고 있는 작은 힘을 모아서 그러질 못하게 힘을 보여줘야 한다.

 경남도의회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제407회 임시회를 진행하고, 21일까지 각 상임위를 개최하고 폐회했다.

 필자는 지난 경남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참관하면서 참으로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일부터 14일까지 오전·오후에 걸쳐 진행된 임시회 동안 경남도를 비롯한 산하 기관 및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질의에 대한 답변이 없어도 폐회 시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임시회 3일 동안 내내 해당사항이 없음에도 그들은 집행부석에 심하게 말하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돼 있었다.

 이 얼마나 엄청난 행정력의 낭비이며 세금의 낭비인가?

 경남도의회는 권력 기관이 아닐진대 소위 집행부 관계자들을 벌 세우는 것도 아니면서 하루 종일 고문에 가깝게 병풍을 치고 있다.

 임시회를 마치면 각자의 기관으로 돌아가 밀린 결재를 하느라 분주하다.

 또 시급을 다투는 일이 있어도 담당자는 결재권자가 회의에 참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마칠 때까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대정부 질문을 비롯한 도정 질문은 72시간 전에 미리 질의서를 보낸다.

 집행부에 해당 질의에 맞는 답변을 도지사나 교육감 등 단체장이나 해당 실국장이 출석해서 하면 된다.

 하지만 집행부 전원이 해당사항 없어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

 경남도의원들은 회의 중간중간 자리를 비운다.

 하지만 집행부에 앉은 관계자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냥 돌부처처럼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도의회의 권위가 세워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회 회기 때 해당사항이 없는 집행부 관계자들은 무의미한 자리 지킴보다는 맡은 자리에서 주민들을 위한 행정을 펼치는 것이 맞다.

 집행부는 참석하지 않아도 방송되는 IP-TV로 다 보고 체크하고 있다.

 특히나 경남도 소방본부는 시시각각 발생하는 안전사고로부터 도민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서의 최고 책임자는 질의 답변이 없어도 몇 날 며칠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이 얼마나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결국 손해와 피해는 오롯이 경남도민들이 안게 된다. 경남도의회의 비효율적인 회기 운영 때문에.

 관행이라 하지 마라! 도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관행은 바꿔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도 회기 동안 대정부 질문 시, 해당 장관과 담당자들만 출석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행정 공백을 없애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실시해 왔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남도의회는 언제까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권위주의 의식에만 집착할 것인가?

 경남도의회가 선제적으로, 효율적으로 회기 운영을 한다면 인근 자치단체나 도내 다른 기초단체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권위는 스스로 부르짖는다고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존경심의 발로로 권위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경남도의 권력은 주민들에게 있는 것이지 경남의 정치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적자지심(赤子之心)이라 했다. 정말 어린아이들과 같은 순진무구함으로 형평성을 가지고 펼치는 의정활동의 기대는 경남도민들의 부질없는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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