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추석 안부, 한쪽으로만 물들어 외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단풍은 없다

  • 입력 2023.09.26 11:02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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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계절이 스쳐지나는 하늘에도 가을이 물들어 있음을 느낀다. 각박하게 살아오며 좀처럼 보지 못했던 뭇별들이 오랜만에 찾아가는 고향마을에서 안부를 묻어올 것 같은 오늘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있듯 필자에게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고향이 있다. 지금은 어머니 홀로 지키고 계시는 작고 외로운 산골 마을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고향에만 들어서면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여전히 숨죽이게 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고향이라는 편안함과 어른들이 계신 곳이라는 무게감에 안정감과 반듯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교차하는 동네라서 그럴 것이라는 느낌도 든다. 예전에 비해 명절 분위기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구름 뒤에 숨어드는 별을 보며 고향 친구들의 이름도 불러보고 나 말고도 또 누군가가 저 별을 보며 대화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도 잠겨보는 추석 연휴다.

 대부분의 우리는 오랜 객지 생활 내내 날마다 별을 보며 꿈을 꾸고 그 별을 향해 걸어갔을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별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망설임 없이 걷고 걷고 또 걸어왔을 우리들의 세월 아니던가.

 고향으로 가거든 지난날 그 별을 바라보며 스스로는 얼마나 빛나는 별이 됐는지를 성찰해 보라는 안부를 건네고 싶다. 누군가는 존재의 의미마저 상실해 버리고 희미한 빛조차 잃은 사람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벗도 만나는 명절일 것이다.

 주위에서 소외된 그들에게, 나보다 약한 친구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기억 속에 숨어 살며 추억 속에 박혀있던 무수한 시간과 몇백 번의 계절을 거쳐 오며 잃어버렸던 별을 전부 찾은 기분으로 몸가짐 경건히 하는 그 명절이다. 추석을 계기로 아프고 모자란 이웃 없이 우리가 아는 전부가 다시 고개 들 수 있는 공동체로 살았으면 더 좋겠다.

 서쪽 하늘에 걸어둔 별 하나가 아직도 초롱초롱 빛나는 밤이다. 그 별 바라보며 모든 잡념 잊으라고 오늘만큼은 혼탁한 세상 이야기는 생략하려 했지만 고향 친구들 모이면 또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그 이야기들 안주 삼아 술 한잔 기울일 것 아니던가.

 당 대표 체포안 가결표 던진 동료 의원들을 두고 배신자 프레임으로 발본색원해서 보복하겠다는 임시 당 대표의 발언을 두고 국민이 생각하는 민주 절차의 투표는 무엇일까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것은 우리가 투표에 대한 절차나 방식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인가 싶을 정도다.

 국민의 힘은 또 그들대로 총선 200여 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당선 가능한 곳만 골라 찾는 여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고, 스스로 험지 출마를 자처하는 중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된 정치 신인을 찾을 생각은 없는지 들리는 소문에는 온통 검사 출신들만 공천 이름에 오르내린다.

 교권 회복 4법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교권 지위가 회복될까? 학생 인권조례에 목숨 걸다시피 하던 교육계가 이번에는 여론 탓인지 교사 편에서 법을 만든다는 것도 때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누가 교권을 이렇게 만들어 놨는지에 대한 책임과 반성도 없이 법만 자꾸 만드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최근 신림역, 서현역 등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비롯해 아무 이유 없이 벌어지는 묻지마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로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그 심각성이 상당하다는 생각에 끊이지 않는 범죄도 추석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을 사안이라 판단된다.

 더불어 우리 지역 이야기로 되돌아가면 홍남표 창원시장의 1심 선고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 추석 가십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결론이야 판사가 정하겠지만 그 시간까지의 시정에 대한 차질은 추석이 지나도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죄 없는 시민만 추석 달 바라보며 우리 동네 평온하기를 기도할 것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움만 더해지는 시정이다.

 잡다한 일들 잊고 우리도 이제 마음 편히 명절 지내고 서로에게 안부를 물을 시간이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말이 허공을 맴돌고 있다. 지키지 못한 약속들도 있고 주변을 곤란하게 만드는 위험한 말들도 있다. 특히, 정치인은 생각과 언행에 있어 최소한 사람으로서의 기본 예의를 다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오죽하면 ‘국민의 힘에 국민 없고 민주당에 민주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을까?

 늘 명절이면 떠오르는 기억의 흔적으로 너덜너덜한 습자지에 모나미 볼펜으로 버릇처럼 휘갈기던 그리움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먼 길 소풍 가신 선친에 대한 기억과 미처 지우지 못한 유년의 기억이 만든 조각 같은 것이다.

 추석 지나고 시월 오면 옅은 바람에도 단풍이 짙게 물들어갈 시간이 임박해 있다.

 좌와 우의 이념도 이념이지만 한쪽으로만 물들어 외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착각에 빠진 사람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추석 안부를 묻는다.

 임시공휴일까지 겹쳐 긴 연휴가 지나는 동안 살아내느라 힘겨웠을 이 땅의 공직자와 근로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알맹이 가득한 가을 햇살이 꽉꽉 들어차는 시월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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