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끝 모를 양당정치의 불운, 그래도 가을은 왔다

  • 입력 2023.10.03 11:17
  • 수정 2023.10.03 19:15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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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이현수 본지 논설위원

 오늘 문득, 새벽잠에서 깨어 아직도 여유로운 달빛을 봤다. 덥다 덥다 해도 지난여름만큼 더운 해가 몇 번이나 있었을까? 간절했던 시간은 흘러 어느덧 가을바람이 혈관을 타고 돈다.

 계절의 순환은 언제나 대자연의 섭리였지 미천한 인간의 몫은 아니었다. 불볕이었지만 참고 견디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세월은 가을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새로움을 흩어놓고 있다.

 추분 지나고 추석 연휴도 지났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낙엽 지는 단풍의 계절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승전보를 들어야 하는데 뉴스는 늘 어둡고 쾌쾌한 냄새 진동하는 양당정치의 볼썽사나운 꼴만 내보내고 이를 바라봐야 하는 국민의 두 눈은 시뻘겋게 충혈됐다.

 정치 잘하라고 보내놓으면 모두가 개가 되는 세상이다. 찍고 나면 180도 달라지는 그런 사람을 찍은 내 손모가지를 잘라버리고 싶다는 사람들의 한숨이 늘어나는 시절, 일주일 남짓 남은 강서구청장 선거가 나라의 운명이라도 좌우하는 것이 아님에도 여야 거물급 정치인이 대거 몰려있는 현상을 보고 한숨만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둔 유권자의 심장에 가을 단풍처럼 아름다운 희망의 색이 물들었으면 좋겠다. 홀로 산행을 하며 가을에게 먼저 말을 걸어봤다. 여야 중 누가 괜찮아 보이는가? 대답이 너무 쉽게 돌아왔다.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아니다가 아니라 ‘전부가 똑같다’라는 답을 한다.

 국민의 의식은 엄청나게 진보했음을 그들만 모른다.

 척박했던 80년대의 정치나 투쟁보다 지금의 정치가나 투쟁가는 더 후퇴한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아니라고 답할 가치조차 사라졌다. 무너지는 억장에서 화를 억누르며 추석 민심도 떠나가는 소리를 그들은 들었을까?

 서로를 배척하고 상대 진영을 적대시하는 대립의 정치가 서민의 삶을 위태롭게 하고, 경제와 물가 안정에서 정치인의 신뢰가 멀어져 가고 있다. 말로만 하는 민생경제 살리기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월급 외에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도 이제는 두렵지 않을 만큼 예사로워진 문구가 된지 오래, 다행인 것은 명절을 예전같이 쇠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일값, 생선값 할 것 없이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은 서민의 삶이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기도 하다. 기름값, 가스값, 전기 요금, 그러고는 또 돌아올 김장철 김장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 고정된 수입으로 살아가는 서민은 어찌 이 시절을 웃음으로 넘길 수 있으랴.

 굳이 오르지 않은 것을 찾다 보니 쌀값뿐이더라는 시골 아제의 푸념이 가을 산을 돌아 메아리로 날아든다. 올려놓은 세수로 어딜 그렇게 퍼주는 건지 나랏돈 공짜로 타 먹지 못한 사람이 바보인 세상이 돼가는 모양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고용보험 중 가장 많은 국민이 수혜를 받는 것이 실업급여라고 자랑해놓은 것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어쩌면 이 제도를 가장 많은 국민이 악용하고 있다는 문제로 해석해 보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실업자가 더 늘어나고 부지런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잘못된 사고를 심어준 제도 아닌가 싶은 우려를 하는 우리를 두고 꼰대라 비웃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기대할 것 없는 정치부터 바꾸라고, 국민의 안위와 시민의 삶을 먼저 챙겨 보라고, 시장도 바꾸고 당도 바꾸고 의원 나리도 바꿔보라고 해봤지만 대부분의 결과는 기대 이하였으니 곧 시작될 총선 공천만큼은 제대로 된 바른 사람으로 발탁하기를 기대한다.

 달빛 뿌려진 사화공원 산책로에 온갖 풀벌레 울음이 흩어진다. 금융, 외환, 물가, 대북 문제, 고용, 육아·출산, 지방 소멸, 지방대학 위기 문제 등등 챙겨야 할 문제들은 널려 있고 같은 나라 딴 생각을 가진 정치는 언제나처럼 입으로만 ‘국민과 함께, 시민과 함께’를 외치는 사람뿐이다.

 새로운 인물 하나 없는 장관 청문을 보고 어지간하다는 생각을 하는 국민의 돌아선 마음을 무엇으로 다시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 어쩌면 단군 이래 가장 버거운 진영 간의 대립으로 끝 모를 양당정치의 불운 속에 우리 삶이 찌들어 가는 건 아닌지? 회한 속에서 우는 기러기 사라지고 사화공원 풀벌레 소리도 예전만은 못하다.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나라를 걱정하는 백성의 가슴으로, 살림살이 걱정하는 서민의 가슴으로 그래도 가을은 오고 있다. 그래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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