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가을처럼 넉넉한 그리고 가을처럼 포근한

  • 입력 2023.10.05 11:01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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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욱 편집국장
노종욱 편집국장

 기나긴 추석 연휴를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난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하는 시원한 바람이 감싼다.

 연휴 시작의 기온은 가는 여름이 아쉬웠는데, 긴 연휴를 지난 하늘과 기온은 더욱 높아졌고 어느새 긴 옷이 어울리는 계절이 돼버렸다.

 사람들 대부분은 과거를 회상할 때 좋은 추억의 그리움보다는 아쉬움을 얘기한다.

 ‘그땐 그랬지.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후회와 ‘그땐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회한을 말한다.

 우리의 삶은 관계하는 사람들 간의 모습에 있어서 모두가 원만하기를 희망하지만 때로는 이해관계에 결부돼 상호 간의 마음에 상처받기도 하고, 오해와 이해를 통해서 관계가 단단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더욱 처신하기가 힘들어질 때도 있다.

 논어 자로편(子路篇)에는 ‘君子和而不同(군자화이부동) 小人同而不和(소인동이불화)’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벗과 사귐에 있어 군자는 화합할지언정 아첨하지 않고 소인배는 아첨은 하지만 화합할 줄을 모른다’라는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생각이 있고 개성이 있다.

 굳이 그것을 자기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다 보면 불화가 일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공자는 ‘군자를 화이부동(和而不同) 하는 사람, 소인을 동이불화(同而不和) 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에서 화(和)는 ‘남의 의견을 잘 조화하는 것’이고, 동(同)은 ‘맹목적으로 남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러니 공자는 조화를 제대로 실현하는 사람은 군자로 봤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소인으로 봤다.

 이 가을에 경남도의 자치단체마다 각종 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개최하지 못했던 축제를 앞다퉈 개최하고 있다.

 지금 경남도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 중에는 매년 개최하는 축제도 있을 것이요, 또 새롭게 개최하는 축제도 있을 것이다.

 10월에만 지역별로 22개의 축제가 개최된다.

 물론, 축제로 인해 자치단체가 홍보되고 관광객들이 지역을 찾아서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면 더없이 좋다.

 하지만 적게는 수천만원, 크게는 수십억원의 국민의 혈세를 예산으로 투입하고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그 손해는 누구의 몫이며, 누구의 책임일까?

 우후죽순 개최되는 축제들이 관광객들에게만 치중돼 해당 주민들이 자칫 소외감을 느껴 행정에서 기대했던 계획들이 주민들과 마찰이 있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치단체마다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축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인근 자치단체와 상호 긴밀한 협조로 관람객들의 관광 코스 연계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최하더라도 관람객들과 관광객들에게 더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아이템의 연계와 일정을 협의해 경남도 전역이 적어도 10월 한 달간은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화뇌동(附和雷同) 하지 말고 축제를 꼭 개최해야 한다면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자치단체와 주민은 일방이 아니라 상호 간의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포용해야 한다.

 상호 간 논쟁은 하되 서로의 가슴에 상처로 남는 말은 절대 피해야 한다.

 어두운 터널이 끝나면 햇살이 더욱 환하듯이 앞으로 밝은 날이 올 것을 기대하고, 섭섭했던 부분은 잊어버리고, 망각(忘却)은 신이 우리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 중에 하나라는 말이 있듯이 상호 간에 좋은 모습만 보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행정은 주민들의 생각과 기대하는 일들을 두루 살피고, 주민들은 행정에서 하는 일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겠지만 우선 믿고 지지를 보내고, 결과에 대한 잘잘못은 그 일이 끝나고 난 다음에 격려하는 마음과 노고에 대한 위로의 마음으로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특히, 행정은 화이부동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또한 상호 간의 적절한 견제와 화합으로 큰 뜻으로 주어진 일들에 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저 무관심하기보다는 각자가 하는 일에 믿음으로 바라보고 격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당면한 일이 처리되고 난 뒤의 일들을 계획하고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고 나서 아쉬움으로 남기기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는 사랑이라 생각이 든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함은 ‘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한데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조화를 이루되 부화뇌동(附和雷同) 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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