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 박사의 밥상머리교육학] 원고료를 쌀로 받는다면

  • 입력 2023.10.09 11:15
  • 수정 2023.10.09 11:16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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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태 창원 남정초등학교 교장·시인
오인태 창원 남정초등학교 교장·시인

 시 써서 밥 먹고 살 수 있느냐고?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원고료를 쌀로 받는다면 현금처럼 다른 데 쓸 수도 없고, 대신 바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으니 잘하면 시 써서 밥 벌어먹고 살 수도 있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아동문학 전문지 ‘시와 동화’에서는 원고료를 쌀로 준다.

 나도 두어 번 받은 적이 있다. 부산에서 나오는 ‘열린 어린이’도 참기름이었던가, 아무튼 거기서도 당장 먹을 수 있는 농산물로 원고료를 줘서 받았던 기억이 난다.

 흔치는 않지만, 쌀이든 참기름이든 농산물로 원고료를 받는 것이 현금으로 받는 것보다 뿌듯하고 마음도 편했던 것 같다.

 형편이 빤한 출판사 쪽 부담을 덜어줬다는 기분도 들고, 농사짓는 이에게도 얼마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서일까.

 현금이든 쌀이든 원고료를 아예 한 푼도 주지 않는 매체가 수두룩하다.

 오히려 어떤 식으로든 원고료를 지급하는 곳이 신기하고 대견할 정도다.

 시인들은 도대체 한 해에 얼마 정도 원고료 수입을 올릴까?

 내 경우 시로만 치면 원고료와 상관없는 동인지 등에 발표하는 걸 빼고는 한 해 동안 동시 포함해서 열 편? 아니 다섯 편도 채 되지 않을 듯싶다.

 더러 산문도 청탁이 들어오지만, 기껏해야 한두 편이다. 기왕 잡힌 주름을 좍 펴게 할 정도는 아니다.

 다섯 편 모두 유료 원고라 해도 대개 공시가격 5만원으로 치면 25만원이다.

 이 정도로 받는 시인도 흔치 않으리라. 물론 시만 써서 연명하는 전업 시인이 내 주변에는 없다.

 그렇다고 겸업해서 잘 먹고 잘 사는 시인도 보이지 않는다.

 원고료를 현금 대신 쌀로 받으면 적어도 두어 달은 밥해서 먹지 않을까.

 좀 자조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출판사나 농사짓는 사람들의 형편까지 헤아려보며 꺼낸 얘기가 괜히 실없고 군색해진다.

 내가 가장 만만하게 다루는 먹거리가 문어다. 술안주로도 이만한 게 없다.

 문어는 식감이 좋을 뿐 아니라 영양도 풍부해 효능이 다양하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문어가 낙지류 연체동물 가운데 가장 머리가 좋다는 것이다.

 이름부터 글월 문(文)에 고기 어(魚), 곧 글을 아는 고기 문어(文魚)다.

 그래서인가, 아이들의 발육과 학습력 증진에 탁월하다.

 실은 두뇌활동을 촉진하는 DHA와 EPA 성분이 들어있어서 그렇다.

 어릴 때 제사가 끝나면 애들에게 상에 올렸던 문어 다리 하나씩을 잘라 입에 물린 이유가 다 있었구나!

 

문어 호박국.
문어 호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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