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가을이 주는 넉넉함의 의미를 잘 되새기기를..

  • 입력 2023.10.12 11:00
  • 기자명 /노종욱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종욱 편집국장
노종욱 편집국장

 가을이 왔나 보다. 제법 바람이 차가워짐을 피부로 느낀다. 푸르기만 했던 나무들은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창밖으로 보이는 산들은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했다.

 누가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 했던가? 지금 경남도 전역은 축제로 시끌벅적하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자치단체마다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보니 주민들의 다양성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순기능도 있지만, 자치단체마다 연계성이 부족해 주민은 관람 동선(動線)에 대한 계획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가을에는 조금만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다.

 현재의 삶이 고달프더라도 수확의 기쁨도 같이 나누면 좋겠고, 들녘마다 누렇게 익어가는 고개 숙인 벼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풍년의 기쁨도 같이 나누면 좋겠다.

 살아가다 보면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해서 인생을 낭비해 버리고 후회하는 시간이 적지 않다.

 인생을 살아가며 많은 것을 겪어보고, 관계에서 상처도 받고 아물기도 하는 과정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초석들이 마련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후회되는 과거나 불안한 미래에 시선을 두는 것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현재에 시선을 두는 것이 더 좋다.

 좋았던 과거를 회상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미래를 기대하는 것도, 그저 현재를 주목하는 것보다 더 나은 중심점이 될 수 없다.

 현재에 마음을 두는 것이 긍정적인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는 것보다도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이유는 ‘현재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데 있다.

 모든 것들에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결자해지란 ‘매듭을 묶은 사람이 그것을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일 때 결자해지라는 사자성어를 사용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는 홍만종(1643~1725)의 ‘순오지(旬五志)’에서 유래된 말로, 홍만종은 벼슬이 높았다거나 학자로서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저술가로, 문인으로 명망이 높았다.

 그는 순오지에서 ‘결자해지 기시자 당임기종(結者解之 其始者 當任其終)’이라 해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자기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요즘 우리의 주변에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친구 간의 사소한 약속에서부터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한 약속까지 너무 쉽게 말을 뱉고 또 번복해 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의미 없는 말의 홍수 속에서 가치관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입으로 뱉은 말들은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 때론 사정과 형편상 지키지 못할 경우 그 이유를 납득이 가게 설명해야 한다.

 변명하지 말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할 때 신뢰는 더 쌓여 가는 것이다.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가 일주일 남짓 남았다.

 그동안 엑스포 조직위의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기에 수고와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한의학의 세계화’의 기치를 내걸고 지나온 지난 시간들은 참으로 아름답기까지 했다.

 어느 한사람 수고하지 않은 곳이 없고, 어느 한사람 땀이 녹아나지 않은 곳도 없다.

 막연히 여겨진 기우(杞憂)가 차츰 위용을 드러내고 행사를 치르기 위한 모습으로 갖춰지니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에 진한 감동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행사 기간 동안 행사장을 둘러보는 필자의 마음에는 한편의 걱정도 일어났다.

 행사 이후 앞으로의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한 걱정부터 앞섰다.

 행사장은 약 30여 만평에 달하고, 행사장을 둘러싼 동의보감촌의 130여 만평의 넓디넓은 부지는 이제 행사를 치르고 난 뒤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그런 걱정은 부질없는 걸까?

 지난 2013년에 행사를 치르고 나서도 뚜렷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다.

 ‘행사 이후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계획들은 쏟아내고 있지만, 실현 가능한 것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가 우선 걱정스러웠다.

 그때도 필자는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한 걱정을 피력했었다.

 산청군의 그동안 말들을 너무 쉽게 번복해 버리는 것을 봐 온 터라 그 걱정은 가시질 않는다.

 이제는 어떠한 변명도 필요 없는 것이다. 이미 수천억의 국민의 혈세는 투입됐고, 이번 행사에도 수백억의 예산이 투입됐다.

 우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이후에는 필히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행사장으로 사용했던 동의보감촌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순차적인 계획과 실행으로 명실상부 한방의 성지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기본적인 것부터 출발하자. 나의 감동으로 일을 시작했다면 분명 찾는 이에게도 그 감동이 전해졌을 것이다.

 그리해 성공적인 행사로 인해 찾는 이는 ‘감동’이어야 하고, 맞이하는 이는 ‘감격’이어야 한다.

 ‘힐링’ 산청을 위해서 나부터 우선 ‘힐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엑스포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내가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때, 행사장을 다녀간 이들에게는 ‘힐링’이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다.

키워드
#칼럼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