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 골라’ 난전에서 옷가지를 고르라고 목청껏 외쳐대도 못들은 척하면 그만이다. 많은 경품을 걸어 놓은 야바위꾼이 찍어 보라고 꼬드겨도 외면해 버리면 그만이다. 난전의 이런 유혹엔 넘어갈 필요가 없지만 이번 지방선거만은 꼭 참여해 후보자들을 골라내야 한다.
그동안 출마한 당사자들이나 운동원들 모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때 못 챙겨 먹고, 이제 맥이 풀려 멍한 상태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시원섭섭하긴 유권자가 훨씬 더 하다. 그놈의 로고송소리를 더 이상 안 들어도 되고 꾸벅꾸벅 절해오는 인사 안 받아도 되고, 받기 싫은 명함 받을 일 없고, 귀찮아서 빼놓은 집전화 코드도 다시 꽂아도 될 일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오늘은 투표일이다. 엄청난 부피의 선거 홍보물을 억지로라도 펼쳐 보자. 우리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후보자가 누구인지 알고나 투표장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연로하신 분이나 선거에 별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홍보물을 구분해 챙겨 보기도 힘들 것이다. 특히 헷갈리는 게 기초의원 선출방법인데 예전엔 한 선거구에서 뽑았지만 이번엔 중선거구제로 바뀌어 2~4명까지 뽑는다. 그래서 한 정당이 같은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공천하면 같은 정단 번호뒤에 가·나·다 등으로 다시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또 지난번 선거와 달라진 게 기초의원에 비례대표제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시장·군수, 시·군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을 우선 뽑고, 도지사, 도의원, 비례대표 도의원을 뽑는데 총 6장의 투표용지에서 각 장마다 1번씩 모두 6번 찍어야 한다. 같은 당 소속 가·나·다 후보에게도 1명에게만 투표해야 하는데 만약 복수로 찍으면 무효처리가 되니 혼돈이 없어야 할 것이다.
막상 잘 아는 사람이 나온 것도 아니고 고르기도, 투표하기도 복잡하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만사 제치고 찍으러 가야 한다.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책무이기도 하지만 역사의 방관자가 되어선 더 더욱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