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같이’의 ‘가치’를 알아가는 마음으로

  • 입력 2023.11.09 11:20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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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욱 본지 편집국장
노종욱 본지 편집국장

 동한(東漢) 시대 서기 100년경에 허신(許愼)이 편찬한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전설 중의 괴물을 뜻하는 역(或)이라는 글자가 수록돼 있다.

 이 책의 해설에 따르면, 역이라는 괴물은 자라의 모습인데 다리는 셋뿐이고, 입김을 쏴 사람을 해친다고 묘사돼 있다.

 청대(淸代)의 왕균(王筠)이라는 학자는 이 역(或)자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다음과 같은 주석을 달았다.

 “일명 사공(射工), 사영(射影), 축영(祝影)이라고 한다. 등은 딱딱한 껍질로 돼 있고 머리에는 뿔이 있다. 날개가 있어 날 수 있다. 눈은 없으나 귀는 매우 밝다. 입안에는 활과 같은 것이 가로로 걸쳐 있는데, 사람의 소리를 들으면 숨기운을 화살처럼 뿜는다. 물이나 모래를 머금어 사람에게 쏘는데(含沙射人), 이것을 맞으면 곧 종기가 나게 되며(中卽發瘡), 그림자에 맞은 사람도 병이 나게 된다(中影者亦病).”

 함사사영(含沙射影)이란 ‘모래를 머금어 그림자를 쏜다’라는 말로 ‘암암리에 사람을 해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이는 ‘떳떳지 못한 수단으로 남을 해치는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사람은 살면서 분수와 은혜를 잘 알아야 한다.

 또한 처지를 알고 인내와 배려를 알아야 한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부분은 감성(感性)을 가지고 이성(理性)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자세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우리는 ‘금수(禽獸)보다도 못한 놈’이라고 손가락질한다.

 자기를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무슨 소리?”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를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자신을 알기 위해 사람들은 고행과 참선으로 자신을 다그치기도 하고, 자아를 찾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다. 그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을 위해 일생의 시간을 쏟아붓는 사람도 있다.

 자신을 깎아내리지 마라. 자신에게 상처 주지 마라. 그런 생각은 자신의 가능성과 행복을 가두게 만들 뿐이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지금까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항상 소중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존경하라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면 악에 물들이지도 않고, 누구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있다. 수많은 일을 위해서는 인재의 중요성을 알고 적재적소(適材適所)에 필요한 인재를 중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지금 경남도와 창원특례시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는 내년 인사를 앞두고 승진 대상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인사권자나 대상자들이나 각자의 셈법으로 적임자임을 구분하고 어필하고 있다.

 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참으로 적재적소에 사람을 등용해야 하므로 고심에 고심을 거치고, 능력과 인화성, 그리고 조직 간의 융화를 염두에 두고 인사를 고민해야 한다.

 평소 불손한 언행으로 조직의 단결력을 저해시키는 자, 또한 사실이 아닌 것들에 대한 추측성 유언비어(流言蜚語)로 조직의 결속력을 해(害)하는 자, 능력도 없으면서 인맥과 청탁으로 기본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 이런 자들은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

 아니 이런 자들은 철저하게 배제시켜야 한다.

 물론 인사권(人事權)은 조직의 수장이 가지고 있겠지만, 인사권자도 이런저런 말들에 현혹되거나 흔들리지 말고, 혜안(慧眼)을 가지고 철저한 검증으로, 공복(公僕)으로서의 사명감이 투철한 자들에게 더 큰 봉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직장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승진일 것이다.

 하지만 인격을 갖추지 못한 자들이 겉치장만 앞세우고 질서를 어지럽힌다면, 그것은 조직이나 지역민들에게도 서로가 불행으로 여겨질 것이다.

 인내하면서 기다리는 끈기를 길러야 한다. 감내하며 축복하는 배려심도 길러야 할 것이다.

 눈만 뜨면 보게 될 얼굴에 한순간의 욕심으로 순리를 거스른다면 어찌 상호 간의 결속력을 말할 수 있겠는가?

 승진 대상자나 경쟁 상대 모두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세상에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사고를 하며 진심으로 힘을 주고 응원하는 말을 타인에게 전하는 좋은 사람들도 많다.

 긍정적인 에너지, 건설적인 생각, 도움이 되는 경험까지도 아낌없이 공유해 주려는 사람들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도록 나를 둘러싼 관계들과 환경을 꼭 점검해 보자.

 만나면 마음이 다치고, 집에 돌아오면 위축되는 관계임을 뻔히 알면서도 내게 악영향을 주는 사람을 계속 만나는 것은 결코 자신을 존중하는 선택이 아니다.

 자존감을 높이고 싶다면, 스스로를 존중하는 선택을 하자. 자존감은 남이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내가 나를 존중하는 선택과 행동을 할 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진심 가득한 격려와 인정이 함께할 때 자존감은 높아진다.

 함사사영(含沙射影)의 의미를 깊이 새기자.

 협력해 선(善)을 이루자는 말이다.

 ‘같이’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자.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의 정신으로 항상 자신을 돌아보며 담금질해야 할 것이며, 상호 간에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지금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같이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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