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친절’로 대하면 ‘관심’으로 돌아온다

  • 입력 2023.12.07 11:05
  • 수정 2023.12.07 19:40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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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욱 본지 편집국장
노종욱 본지 편집국장

 상서(尙書) 경명 편에는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백경을 태복(太僕)으로 임명하며 훈계했던 말이 기록돼 있다.

 “그대의 아래 사람들을 신중히 고르되, 교묘한 말을 하는 자, 좋은 듯 꾸민 얼굴을 하는 자, 남의 눈치만 보는 자, 아첨하는 자는 쓰지 말고, 오직 올바른 사람만을 쓰도록 하시오(無以巧言令色便 側媚, 其惟吉士).”

 논어(論語) 학이(學而) 편에는 ‘교묘한 말과 꾸민 얼굴에는 인(仁)이 적다’라는 교언영색선의인(巧言令色鮮矣仁)이라는 말이 있으며 공야장(公冶長) 편, 양화(陽貨) 편 등에도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교언(巧言)은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하게 꾸민 말’을 뜻하며 영색(令色)이란 ‘보기 좋게 꾸민 거짓된 표정’을 뜻한다.

 내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출판기념회 금지 시기까지 40여 일이 남으면서 경남지역에서도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출마자들의 역대급 출판기념회가 이어질 전망이다.

 공직선거법상 출판기념회는 총선 90일 전인 내년 1월 11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따라서 출판기념회 금지 시기가 40여 일 남은 시점에서 돈 가뭄에 시달리는 정치인들은 정치 자금을 합법적으로 모으는 수단으로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고 있다.

 ‘책’을 매개체로 지지자를 끌어모아 세력을 과시할 수 있고, ‘책값’ 명목으로 비공식 후원금도 모을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출판기념회를 통해 내놓는 책의 내용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무척 정성을 들여 펴낸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자신의 성장기, 정치 철학 등을 담은 내용이다.

 도전, 열정, 배려, 동행, 희망과 같은 단어는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현역들은 국회 대정부 질문이나 SNS 게시글 등을 묶어 내는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 입지전적 인생 스토리와 지역구에 대한 애정, 의정 활동을 적당히 짜깁기하면 돼 보좌진들은 회기보다 더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한 것이다.

 출마 후보자들이 출판기념회에 목을 매는 이유는 투자 대비 수익이 높다는 게 가장 클 것이다.

 출판기념회와 관련해서는 공직선거법상 개최 시기만 규제하고 있을 뿐, 출판물의 금액 한도나 모금액, 출판기념회 횟수 등에 제한이 없다.

 특히, 모금액에 대한 영수증 처리나 내역 공개도 필요하지 않아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는 후원금 모금 창구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팔아 벌어들인 수익은 세금도 낼 필요가 없어 고스란히 출마자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간다.

 대부분 출판기념회 행사장에는 상자가 놓여 있어 참석자들은 책 구입 비용으로 준비된 봉투를 상자 안에 넣는다.

 대개 10만원 정도가 평균이지만 한 사람이 수십, 수백만원을 내는 경우도 있다.

 책의 정가가 1만~2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보다 많은 돈을 넣었다면 초과된 금액은 정치 헌금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후보 한 명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벌어들이는 금액이 평균적으로 1억~2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 정치인이나 현역인 경우 5억원까지 벌었다는 이야기가 풍문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여기서 필자는 정치인들의 친절에 대해 고찰(考察)을 해봤다.

 ‘친절’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친절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야 하는 것이다.

 사랑과 배려로 가슴 깊이 새겨져야 비로소 진정성 있는 친절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보이는 친절은 왜 유독 선거를 앞둔 시점에 나타나는 것일까? 정치인들에게 있어 친절의 대상은 필요한 시기에만 발현되는 것일까?

 평소에는 행사장 이외에는 만날 수가 없는 존재들이지만 지금부터 내년 3월까지는 어쩌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친절을 접하게 되지 않나 싶다.

 우선 나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자기애(自己愛)’가 강해야 한다.

 이기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로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진정성 있는 사랑과 배려로 타인을 대할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가 나타나는 것이다.

 ‘거울은 절대로 먼저 웃지 않는다’는 말이 유독 공감이 많이 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내년 22대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얼마나 지역민들에게 대한 친절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의문이 든다.

 지금 그들은 가식적인 친절로 무장한 모습으로 지역민들에게 웃음 지으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없으면 지역민들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지역민들이 그들에게는 ‘친절의 대상’이 아니라 오로지 ‘한 표’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바가 있지만 사이비는 우리 사회에 큰 해악이다.

 그리고 사이비를 가려내지 못하는 것이 더 큰 해악이다.

 사이비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출마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의 공약을 평가하고, 인간 됨됨이를 평가해서 ‘사이비’를 가려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관심으로, 그리고 침묵으로 부동적(不動的)인 자세를 견지하는 유권자도 해악임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가 지역구 주민일 때는 관심 밖이었지만, 유권자로 바뀔 때 그 힘은 막강해진다.

 유권자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가식적인 친절로 무장한 이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그들을 사랑과 진정으로 대한다면 그들은 결코 우리의 관심을 가벼이 여기지 못할 것이다.

 친절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모두 교언영색(巧言令色)해서는 안된다.

 특히,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출마자들이나 정치인들은 더욱 그렇다.

 ‘사람은 모르지만 지지정당이라서’, ‘초록은 동색이라 별 관심이 없어서’…이제는 제발 그러지 말자. 우리의 권리는 적극적인 관심으로 참여할 때 찾아지는 것이다.

 마음은 마음만이 만지는 것이다. 손으로는 마음을 만질 수가 없다.

 친절은 몸에 배어져 우러나와야 한다. 꾸며진 친절은 상대방에게 역겨움만 줄 뿐이다.

 친절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먼저 친절하고 정직해야 하는 것이다.

 남에게 예의 있게 대하고 예쁘게 말하는 사람은 마음이 꼭 고와서 그런 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서이다.

 출마를 계획한다면 명심하기를 바란다.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게 아니다.

 상대를 대하는 친절과 배려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무언가를 자꾸 소유하려고만 하지 말고, 또 상대를 이해관계로만 보지 말고, 진정성을 가진 마음을 열고 세상의 밝은 면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면 어느새 밝은 세상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걷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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