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맺은 사람이 풀어라

  • 입력 2024.02.01 11:38
  • 수정 2024.02.01 12:12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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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욱 본지 편집국장
노종욱 본지 편집국장

 지난달 9일 창원특례시 산하기관인 창원산업진흥원장 A씨는 취임 8개월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특정 연구개발사업의 공모지침서 변경과 진흥원 내의 자체 감사 부서 신설에 따른 갈등 등 기관 운영에 관한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이유였다.

 그동안 세간에서는 시장과 원장 간의 갈등과 불화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었다.

 이에 대해 창원시가 창원산업진흥원장 A씨의 사퇴와 관련해 ‘기관의 독립성 훼손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사유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17일 냈다.

 상호 간의 입장 차는 컸다. 누구 한쪽은 분명 진실하지 못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반드시 드러나게 된다.

 시민들은 ‘누가 진실한가?’보다는 상호 간의 주장에 시민의 안위가 있느냐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새로운 시정이 들어설 때마다 시민들은 기대감이 크다.

 그들의 진실공방이야 여하튼 간에 취임 후 지루하게 끌어오는 현직 단체장의 송사와 끊이지 않는 잡음들에 시민들은 이제 지치다 못해 지겨워한다.

 시민들에게 이토록 피로감을 준 역대 시정이 있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창원산업진흥원을 사퇴한 A씨 또한 마찬가지다.

 당선 이후 진행돼 온 법정 공방에 현 시장 측 두 차례 증인 요청이 있었고, 산하기관 장이라는 신분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라고 느꼈다지만 또 위증을 하지 않겠다는 양심이었다지만, 진정 시민을 위한 마음이 있었더라면 일찍이 진정성 있는 고백이 있었어야 했다.

 A씨가 제출한 사실 확인서로 지난달 15일 검찰 측이 요청한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여 오는 6일로 예정된 홍 시장의 선고기일을 취소하고, 지난 1일 공판 재개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루하면서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진실공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시민들의 피로감은 가중되고 있다.

 사기(史記) 역생 육가열전(陸賈列傳)에는 한(漢)나라의 역이기라는 모사(謀士)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진(秦)나라가 멸망한 후, 한왕(漢王) 유방(劉邦)과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는 천하를 다투고 있었다. 

 항우는 우세한 병력으로 유방을 공격했다.

 이에 유방은 성고의 동쪽 지역을 항우에게 내주고자 했다.

 이때 유방의 모사였던 역이기는 식량 창고인 오창(敖倉)이 있는 그 지역을 지킬 것을 주장하며 다음과 말했다.

 “저는 천(天)이 천(天)이라는 것을 잘 아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있으나, 천을 천으로 알지 못하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없다. 왕자(王者)는 백성을 천(天)으로 알고 백성은 먹을 것을 천(天)으로 안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방은 역이기의 말에 따라, 곧 전략을 바꿨다.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한서(漢書) 역이기전에도 실려 있는데, 이는 ‘백성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것’임을 뜻한다.

 ‘임금 된 자는 백성을 하늘 섬기듯 섬겨야 하고, 백성들의 하늘은 임금이 아니라 곧 식량’임을 알아야 한다.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시민들은 그들의 진실이 무엇인지 보다는 먹고사는 것에 더 관심이 많고, 그들의 진실공방보다는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시정을 더 원한다.

 이제는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마음으로 시민들을 바로 보라!

 100만 창원 시민들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들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어렵게만 만들지 말라는 소망이 더 크다.

 ‘되고 싶은 것’들이 많은 사람은 주위를 돌보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은 주변을 염려하고 아끼고 보듬는다.

 배려하지 않는 욕심 때문에 모두를 힘들게 하지 마라. 욕심의 끝은 정해져 있다.

 몸이 힘든 것은 참아도 마음이 힘든 것은 참기 어렵다.

 내일에 희망이 있으면 오늘의 괴로움 따위는 참을 수 있다.

 목표가 보이고 목적이 뚜렷하다면 힘들어도 그 길을 헤치고 나아갈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시민들이 신경 쓰이게 하지 마라! 먹고사는 것만 해도 힘에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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