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모] 구수영 시인 ‘우주선이 된 아버지’

  • 입력 2024.02.12 18:30
  • 수정 2024.02.12 20:00
  • 기자명 /정리 박예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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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영 시인
구수영 시인

‘우주선이 된 아버지’

 

아버지 로켓에 몸을 싣고 발사대에 올랐다

 

마지막 카운터 기다리는 배냇 미소

우주로 발사되고

추진기에 달린 불덩어리

허공 저 너머 기약 없는 주소로

사라졌다

 

오래 물고 있던 숨을 보자기에 싸

십자가 아래 묻어둔다 

거둬 온 숨은 무게가 없어 평안하다

 

수많은 우기와 건기 다 지운 

에필로그 덮고 

 

우주를 읽어주는 애플리케이션 

첫 페이지 

스마트폰 방향 바꿀 때마다 

별을 찾아주는 친절한 안내자

 

아버지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떠나는 순간까지 영영 읽혀지지 않던

난해한 문장 

끝내 숯이 될 수 없었던 사내

 

사백 광년 떨어진 일곱 자매별 사이 

떠다니는 낯선 별

 

내통 중인 살구나무 검은 가지 툭툭 

불거지는 연분홍 꽃눈들

 

 ◆ 시작노트

 명절을 보내며 늘 고향을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기억해 낸다.

 나를 낳아준 생물학적 아버지와 권위와 불화와 모순의 첫 자리였던 아버지.

 어쩌면 나는 영원히 아버지를 읽어낼 수 없을 것이다.

 

 ◆ 구수영 시인 약력

 - 계간 시와편견 등단

 - 시사모 동인.한국디카시학회 동인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 동인지 붉은 하늘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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