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이 된 아버지’
아버지 로켓에 몸을 싣고 발사대에 올랐다
마지막 카운터 기다리는 배냇 미소
우주로 발사되고
추진기에 달린 불덩어리
허공 저 너머 기약 없는 주소로
사라졌다
오래 물고 있던 숨을 보자기에 싸
십자가 아래 묻어둔다
거둬 온 숨은 무게가 없어 평안하다
수많은 우기와 건기 다 지운
에필로그 덮고
우주를 읽어주는 애플리케이션
첫 페이지
스마트폰 방향 바꿀 때마다
별을 찾아주는 친절한 안내자
아버지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떠나는 순간까지 영영 읽혀지지 않던
난해한 문장
끝내 숯이 될 수 없었던 사내
사백 광년 떨어진 일곱 자매별 사이
떠다니는 낯선 별
내통 중인 살구나무 검은 가지 툭툭
불거지는 연분홍 꽃눈들
◆ 시작노트
명절을 보내며 늘 고향을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기억해 낸다.
나를 낳아준 생물학적 아버지와 권위와 불화와 모순의 첫 자리였던 아버지.
어쩌면 나는 영원히 아버지를 읽어낼 수 없을 것이다.
◆ 구수영 시인 약력
- 계간 시와편견 등단
- 시사모 동인.한국디카시학회 동인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 동인지 붉은 하늘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