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은
기다림의 깊이가 채워지는 순간이다
차가운 공간 속에 몇 가닥의 숨소리가
부딪히며
시작하는 삶의 음률
도시의 약동은 주황빛으로 시작한다
밤의 두께만큼 쌓인 눈은
누군가에겐 그리움의 무게가 되어
추억의 벽을 무너뜨리고
또 누군가에겐 하루의 무게가 되어
휘어진 어깨를 짓누른다
삶의 상처 덩어리처럼
단단한 눈덩이들이 삽 끝에 부서져
길옆으로 밀려 나가고
멀리서부터 들릴 듯 말 듯 한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
받침대보다 가는 두 다리 사이를 가로지른다
◆ 시작노트
새벽 첫차를 타고 길 떠나는 친구를 배웅했다.
수심에 찬 얼굴로 일 보러 떠나는 모습 때문일까 무거운 마음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새벽 터미널에는 첫차를 기다리는 몇몇 사람들과 도시의 시작을 이끌고 가는
환경미화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의 삶도 마치 첫차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하루라는 첫차를 타고 삶의 종착역으로 향한다.
첫차를 기다린다는 것은 희망을 기다리는 일이다.
첫차를 기다린다는 건 도전을 기다리는 일이다.
첫차를 기다린다는 건 지난 과거를 떠나보내는 일임을.
그래서 새로운 마음으로 오늘이라는 첫차에 오른다.
◆ 배소윤 시인 약력
- 중국 연길 거주
- 시사모 동인. 한국디카시학회 동인
- 연변작가협회 회원
- 연변대학간호학원 졸업
- 현재 요양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