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타기’
저녁노을이 겨울 풍경 흔들고
서러움 숨으로 고비를 넘기는데
창가에 자란 설움, 연필을 굴린다
생각이 많은 하루가
달력의 숫자를 지우려 하자
어디서 지운 날들을 데려오는 바람
붓끝에 마음을 쉬게 하려는데
창문에 매달려 떨고 있는 빗방울
파도 소리를 내자
조바심이 줄을 탄다
술 한잔하고 싶다던
어떤 사내야
내일 아침 큰 해를 가져가
하루를 천일처럼 늘려
자라는 시간에
찬란한 봄의 노래를 태워보세
창 흔드는 바람에도 놀라지 말고
천둥과 벼락을 머리에 이고
광대처럼 한바탕 줄을 타보세
◆ 시작노트
그 사내 홀로 있는 빈방에
멈출락 말락 하는 시간이
설움을 돌리고 있다.
예약된 시간 늘리는 기술이 있다면
내일 뜨는 해를 가져가
찬란한 꿈을 펼쳐라.
하루를 설득하고
몹쓸 시간에 미움을 채우며
홀로 줄을 탄다.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고 우는 울보의
눈물에 종지부를 찍지 말라.
◆ 정병윤 시인 약력
- 시사모. 한국디카시학회 운영위원
- 계간 <시와편견> 등단
- 제1회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디카시 부문 당선
- 서울디카시아카데미 원우회장
- 동인지 <붉은 하늘> 외 다수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