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 입력 2024.03.07 10:57
  • 수정 2024.03.07 11:48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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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욱 본지 편집국장
노종욱 본지 편집국장

 춘추시대의 민요를 중심으로 모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인 시경(詩經) 대아(大雅) 편의 탕(蕩)이라는 시(時)는 나라의 흥망(興亡)에 대한 교훈을 노래한 것이다.

 하(夏)나라 최후의 왕인 걸왕(桀王)은 잔혹한 정치로 백성들을 핍박하다 결국 그들의 반항을 받게 됐다.

 기원전 16세기경 상(商)부락의 지도자인 탕(湯)는 군사를 일으켜 하나라를 멸하고 상나라를 세웠다.

 기원전 14세기경에는 상나라의 왕 반경(盤庚)은 수도를 은(殷)지역으로 옮겼으며, 이때부터 상나라를 은나라라고도 하게 됐다.

 그러나 은나라의 마지막 군주인 주왕(紂王)은 주지육림(酒池肉林)의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기원전 11세기 중엽 당시 서백후(西伯侯)의 아들인 발(發)에게 나라를 잃고 말았다.

 은나라가 멸망하기 전, 서백후는 주왕에게 간언하기를 “넘어지는 일이 일어나면 가지와 잎은 해가 없어도 뿌리는 실상 먼저 끊어진다. 은나라 왕이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은 하나라 걸왕 때에 있다(殷鑒不遠 在夏後之世)”고 했다.

 감(鑒)은 선례(先例) 본보기라는 의미로 쓰였으니, 은감불원(殷鑒不遠. An example is not far to seek)이란 ‘본보기로 삼을 만한 남의 실패가 바로 가까이에 있음’을 뜻한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희망하는 국민적인 염원과 달리 이번 경남도의 국민의 힘 공천을 놓고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경남도의 16곳의 선거구 가운데 김해을과 양산 을은 낙동강 벨트의 탈환이라는 명분 아래 기존의 다선 의원이 출마 지역을 옮겼으며, 이들 지역구에서 몇 해 동안 이번 선거를 준비해 온 예비 후보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또 나머지 지역구에서는 평소 국민의 힘 공관위에서 밝혀온 공천심사 기준과 동떨어진 기존 후보를 거의 그대로 공천했다.

 그동안 국민의 힘이 밝혀온 ‘공정과 상식’과는 맞지 않았으며, 깨끗한 도덕성과 국민에게 신망 받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후보와는 거리가 먼 후보가 공천됐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심지어 이번 총선에서 현역 의원이 자리를 옮겨 출마하는 국민의 힘 ‘김해을’ 예비후보 5명은 전략공천된 후보를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또 창원 성산구에서 출마 준비하던 한 예비후보는 단수공천에 반발해 국민의 힘을 탈당하고 국민의 힘 공관위에 심사비 및 특별당비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진주을’ 지역 예비후보들도 공관위의 불공정 심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단수공천에 반발하는 지지자들의 상경 투쟁과 1인 시위가 연일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양산 을의 예비후보와 사천·남해·하동 지역구의 한 예비후보도 공관위의 컷오프와 경선 참여 후 이어진 컷오프에 반발하며 다른 후보들과 연대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처럼 국민의 선택권마저 박탈하고 있는 비상식적인 집권 여당의 모습에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경남지역 국민의 힘에 대한 지지자들의 신뢰가 계속 추락하고 있다.

 야당도 예외일 수 없는데 맡겨진 권리를 방기(放棄)한다.

 그저 일신의 보전만 있을 뿐, 위탁받은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내내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그냥 당선만 되고 선수만 쌓이면 그만이라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

 늘 그랬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에는 국민은 없다.

 오로지 기득권자들의 이해관계만 있을 뿐, 국민의 소소한 희망은 없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는 더욱 그렇다. 국민을 대표해서 먹고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간절한 부탁과 의무는 당선과 동시에 사라져 버린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그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변화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국민도 문제가 있다.

 늘 깨어 있으면서 더 이상 속지 말고 각성해야 한다.

 대부분 서민의 소망은 간단하다. 여야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속셈도 중요하지 않다.

 매번 선거 때마다 낙하산을 타고 나타나든 아니면 전략이라는 명분으로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는 사람이 나타나든 그런 것들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저 주민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부대끼며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같이 하는 것을 원한다.

 회기 동안에는 중앙에 있더라도 비회기 동안에는 주민들과 어울리는 것을 소망한다.

 지역의 행사에 귀빈으로 참석만 하는 그런 국회의원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임받은 자들이 위임자들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위임자의 분명한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무관심하지 마라! 그저 휩쓸려 따라가지 마라! 소속이 중요하지 않다! 제발 이제는 같이 부대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자!

 그것이야말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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