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종권의 한의학으로 보는 세상] 호랑이가 물듯이 아픈 통풍

  • 입력 2024.03.19 11:01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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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 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 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통풍은 체내 혈액 중 요산의 농도가 높아져, 요산염 결정이 인대나 연골 등 관절 주변에 침착되며 생기는 질병이다.

 한자로는 ‘痛風’이라 해서 아플 통자를 쓸 만큼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도 악명이 높다.

 요산은 음식으로 섭취한 퓨린이라는 물질을 대사하며 생기는 잔여물인데, 그 농도가 낮을 때는 괜찮지만 혈청 속 농도가 7.0mg/dL을 초과하면 과포화 상태가 돼 결정으로 석출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요산 결정은 뾰족한 바늘 모양을 하고 있으므로 관절 내에서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통풍은 예전엔 주로 중장년층 이상에서 호발하는 질환이었으나 서구화된 식습관 때문에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그 발생 빈도가 잦아졌다.

 통풍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최근 몇 년 새 20%이상 증가했으며, 그 중에서도 20·30대의 증가율이 가장 높다.

 여성호르몬이 요산의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내 통풍 환자의 성비를 살펴보면 90%이상이 남성이다.

 한의학의 고전에 보면 통비(痛痺) 혹은 백호역절풍(白虎歷節風)이라는 병명이 지금의 통풍에 근접하다고 볼 수 있다.

 백호역절풍은 호랑이가 무는 것 처럼 아픈 관절통이라는 뜻으로, 그만큼 강한 통증을 동반하는 질환임을 보여주는 명칭이다.

 이들 질환은 풍습열(風濕熱)의 범주에서 보는데, 과도한 고량후미와 음주, 육식이 원인이라고 봤다.

 현대의 한의학에서 통풍 급성기에는 통증과 부종을 다스리고, 그 외의 시기에는 전체적인 상태를 개선하는 치료를 한다.

 통풍으로 인한 통증과 부종에 침 치료와 소염 진통 작용이 있는 약침, 봉침 치료를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급성기 통증에 봉독을 투여 시 부종과 통증이 효과적으로 개선된다는 연구가 sci급 학술지에도 게재된 바 있다.

 또한, 증상에 맞는 탕약을 통해 요산을 배출하는 신장 기능을 개선시키고, 염증을 완화하며 통증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외에 뜸과 부항치료를 병행해서 주변 혈류를 개선하고 염증을 줄일 수 있다.

 어느 질환이나 그렇지만, 통풍에 있어서는 특히 효과적인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이다.

 특히, 원인이 되는 물질인 퓨린을 줄이기 위한 식생활 개선이 필수적이다.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은 보통 고단백질 식품으로, 육류와 어패류가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살코기일수록 보통 퓨린 함량이 높다.

 특히, 동물 내장 종류는 극도로 퓨린이 많이 함유돼 있어 반드시 피해야 한다.

 식물성 식품 중에서는 말린 콩과 효모류가 고퓨린 식품이므로 역시 피해야 한다.

 어패류 중에서는 참치, 연어, 멸치, 새우 등이 특히 함량이 높다.

 시금치나 버섯류를 제외하면 토마토, 사과, 당근 등 대부의 과채류는 퓨린이 낮은 편이다.

 빵, 견과류, 유제품 등도 안전하다. 또한, 차나 커피 등은 비교적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반면 주류는 요산 합성은 높이고 배출을 저해한다.

 특히, 맥주의 경우 효모가 들어가, 퓨린 자체도 많이 함유하고 있으므로 꼭 피해야 한다.

 튀긴 음식은 대사를 저해하고 염증 수치를 높인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 즉 내장과 고기가 가득한 국밥에 새우젓과 소주 한 잔을 곁들이거나 잘 튀긴 치킨에 맥주를 마시는 것이 통풍 환자에게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통풍은 오늘날 비교적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제때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관절변형, 신장염이나 요로결석을 일으킬 수 있고, 더 장기적으로 갈 경우엔 심근경색과 뇌경색까지도 합병증으로 발병할 수 있다.

 그만큼 초기에 진료를 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엄지발가락 관절 혹은 다른 관절이 붉게 붓고 아픈 경우, 통증이 밤에 주로 심해지는 경우, 특히 남성이라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통풍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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