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희망으로

  • 입력 2024.03.21 11:08
  • 수정 2024.03.21 18:45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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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욱 본지 편집국장
노종욱 본지 편집국장

 천지(天地)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아직은 봄을 시샘하는 듯 꽃샘추위로 조석(朝夕)으로 일교차는 크지만 대지(大地)는 봄의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고 기온도 한낮에는 가벼운 옷차림이 제법 어울리게 하는 그런 일상이다.

 특히나 올해는 봄의 소식이 산천(山川)에 펼쳐진 초록의 싱그러움과 화려한 꽃들의 자태와 더불어 빨간색·파란색·오렌지색 등 다양한 빛깔로 또 다른 봄을 알린다.

 그런 다양한 봄의 향연을 바라보는 국민 또한 새롭게 맞는 봄의 의미 또한 다르다.

 봄은 왔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은 봄이 아니다.

 천지에 꽃이 피기 시작하니 무릉도원(武陵桃源)이다.

 봄이 주는 계절의 변화가 우리의 삶을 즐겁게 하고 있다.

 봄은 왔지만 내 마음에는 봄이 아직 오지 않았다.

 이 말이 올해는 더욱 희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절기상으로 입춘(立春)이 지났다. 봄은 왔지만 체감하는 실상은 봄이 아닌듯하기도 하고, 계획했던 일들이 더디게 진행되는 기분은 들지만 삶이 더욱 팍팍해져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처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 

 IMF 이후 사상 최대로 치솟은 시장 물가 그리고 총선 이후 펼쳐질 거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1군 업체인 태영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시작으로 건설경기의 몰락과 건설사들의 연쇄도산으로 인한 건축 중인 아파트 공사의 중단 그리고 시공·시행사들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입주민들의 감당하지 못하는 불안감, 이 모든 것들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전해지고 있는 봄의 소식들이다.

 4월 총선에만 매달린 정치권은 당장 오늘을 힘겹게 버텨내고 또 내일이 불안한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하기보다는 당리당략(黨利黨略)에만 치우친 공약(空約)들만 남발하고, 무엇보다도 높은 도덕성을 가진 후보들을 검증해서 세워야 함에도 국민 정서와는 전혀 다른 이들을 공천하고, 진정 여야의 정치인들은 일련의 어려움들을 알기나 하는지 묻고 싶다.

 기존 정치인이나 새롭게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은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 없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은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지 않는다.

 그저 먹고 살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나라를 꿈꾼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GDP는 약 1조 7219억 달러로 세계 12위이며, 1인당 GDP는 약 3만 3393달러로 세계 34위, 1인당 국민소득(GNI)은 3만 5990달러이다.

 그럼에도 이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은 당장 먹고살기에 힘들어하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사기 역생 육가열전에는 한(漢)나라의 역이기라는 모사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진(秦)나라가 멸망한 후, 한왕(漢王) 유방(劉邦)과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는 천하를 다투고 있었다.

 항우는 우세한 병력으로 유방을 공격했다.

 이에 유방은 성고의 동쪽 지역을 항우에게 내주고자 했었다.

 이때 유방의 모사였던 역이기는 식량 창고인 오창이 있는 그 지역을 지킬 것을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천(天)이 천(天)이라는 것을 잘 아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있으나, 천을 천으로 알지 못하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없다. 왕자(王者)는 백성을 천(天)으로 알고 백성은 먹을 것을 천(天)으로 안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방은 역이기의 말에 따라, 곧 전략을 바꿨다.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라는 말은 한서(漢書) 역이기전에도 실려 있는데, 이는‘백성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임을 뜻한다.

 임금 된 자는 백성을 하늘 섬기듯 섬겨야 하고, 백성들의 하늘은 임금이 아니라 곧 식량임을 알아야 한다.

 목적을 같이 한다면 가는 길이 다르더라도 종국(終局)에는 만나게 돼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인들과 국민의 목적과 목표가 매우 다른 것 같다.

 어떠하든 잘 보여 공천을 받아 감언이설(甘言利說)로 국민을 기망(欺妄)하면 그뿐이라는 생각을 가진 자들과 무엇이 됐든 서로 힘을 합쳐 처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국민과 섞여 살고 있다.

 지금 국민은 실현을 위한 각자의 방법은 다르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목적은 같을 것이다.

 정치적인 논리로 아니면 사고의 차이로, 또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한 수 싸움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인 다음 세대는 아무것도 모르고 희생되거나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4월에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야 한다.

 옳다고 확신한다면 믿어라. 그리고 믿는다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를 확신해야 한다.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이제는 반드시 우리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하게 예측해야 한다. 항상 여러 각도에서 상황을 살피고 분석해야 한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라는 것이다.

 습관적인 사고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익숙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지역의 정서가 그러니 나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나?’는 생각으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반복 효과’에 속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곳곳에는 개화(開花)중인 꽃들로 봄을 알린다.

 하지만 봄은 왔으나 국민의 마음에는 아직도 봄이 오지 않았다.

 봄이 와도 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내 탓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역경 속에 나 자신이 놓여있다 해도 숭고한 계절의 변화는 느끼고 살아야 한다.

 오는 4월을 현명하게 판단하고 경험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가 잘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살아내자!

 우리 모두의 염원으로 국민 모두가 잘될 것이니 그렇게 믿고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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