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 ‘숨겨진 어새’ 보물로 지정

진위여부 논란 잠재우고 보물 제1618호 확정

  • 입력 2009.09.01 00:00
  • 기자명 송정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이 ‘대한제국 고종 황제어새’(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보물 지정을 확정했다.

1일 지정 고시하는 보물 제1618호 대한제국 고종 황제어새는 전체높이 4.8㎝, 가로 5.3㎝, 세로 5.3㎝, 무게 794g의 크기로 금·은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손잡이(인뉴)는 거북이 형태이고 인면(印面)에는 ‘皇帝御璽(황제어새)’ 4자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제국의 황제가 사용한 어새로서의 기품을 지니고 있다. 또 어새와 함께 보물이 된 내함(內函:어새를 넣어 둔 함)은 황동으로 만들어졌으며 특이하게 내부에 인주함(印朱函)이 들어 있다.

대한제국 고종 황제어새는 대한제국의 국새(國璽), 어새(御璽), 어보(御寶), 보인(寶印) 등을 수록한 ‘보인부신총수(寶印符信總數)’에 실리지 않았고, 대한제국 당시 어보나 국새의 일반적인 크기에 비해 작게 제작돼 그동안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제국 고종 황제어새는 조선시대 어보 제작의 일반적인 방식인 합금으로 만들어졌으며, 인면을 깎아 글자를 새겨 넣은 기법(착인법 鑿印法) 역시 조선시대 어보 제작에 쓰이던 기법으로 그 제작 형태가 조선시대 어보 제작의 전통방식을 따랐음이 밝혀졌다.

아울러 이 어새가 찍혀 있는 서신(1909년 1월 1일에 고종황제가 호머 헐버트에게 미국에 유학 간 조카(조남복)를 잘 돌보아달라고 요청하는 서신) 진본이 발견돼 황제어새가 당시에 사용된 실물이었음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1903년 11월23일 이태리 군주에게 보낸 친서’ 등 이 어새의 특별한 사용례들은 대한제국 고종 황제어새가 고종황제가 일본으로부터 국권을 지키기 위해 비밀리에 제작, 휴대하며 사용한 어새였음을 알려주며 황제위(皇帝位)에서 물러난 후에도 사신(私信)에 계속 사용하였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 어새가 다른 어새류에 비해 작은 크기로 만들어졌고, 보인부신총수에 수록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준다. 고종황제는 일본의 국권침탈을 막기 위해 비밀 외교활동을 펼치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어새를 새로 만들 필요성을 가지게 되고, 기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당시 국새와 어새를 관장한 내대신(內大臣)의 직제를 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관장해 사용했기 때문에 휴대 비장(秘藏)하기에 적합한 크기로 제작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비밀리에 사용된 어새가 대한제국황실 공용(公用)의 보인(寶印)과 부신(符信)을 수록한 보인부신총수에 실릴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이며, 같은 이유로 고종황제는 퇴위 후에도 이 어새를 간직하며 개인적인 용도로 계속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제국 고종 황제어새의 보물 지정은 고종황제가 일본의 국권침탈 위협에 대항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펼친 주권수호운동의 중대한 역사를 증명하고, 이 시기 우리 역사의 실체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를 가진다.

뉴시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