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축구열기 문제 있다

  • 입력 2006.06.12 00:00
  • 기자명 유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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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의 열기가 생활 속으로 파고들면서 애꿎은 국민을 길거리로 내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가 잃어버린 ‘마당’에 대한 그리움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저마다의 잠재의식 속에 ‘마당’이라는 민족 고유의 놀이터가 축구 응원이라는 매개를 통해 도출된 민족정신의 발로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형태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축구라는 리모컨을 조작하면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전자제품과 같이 움직여야 하는 일종의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다가 상업주의가 가세하고 국가기관에서도 원형경기장과 길거리를 응원 장소로 제공하면서 대표팀의 연습경기에도 국민을 미치게 했다.

유럽에서 대표팀의 탐색전이 펼쳐지는 날 마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아침부터 ‘붉은악마’의 붉은 티를 입고 있었다. 모든 정신이 축구에 가 있는 교실에서 수업이 제대로 되었을 리 없다.

소위 ‘3S 정책’을 펴던 군부정권은 전국 각지에다 ‘원형경기장’을 만들었다. 여기에 앵무새 노릇을 하는 각종 매스컴이 동참하여 국민의 비판정신을 스포츠에 대한 관심으로 변형시켜 갔다.

축구의 열기는 직장, 학교, 공연장 같은 곳으로 퍼져 그 구성원들이 본래의 목적을 제쳐두고 축구에 매달리게 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물론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축구의 열기가 계층간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청소년을 비롯한 축구를 즐기고 응원을 누구보다도 더 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는 원형경기장이나 길거리에 나갈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주변에 밥을 굶는 사람이 있다. 사회 저변에 이들을 그냥 두고 많은 돈을 축구에다 쏟아붓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월드컵 축구가 열리면 어김없이 경제적인 성과를 돈으로 환산하여 발표하고 있다. 이때의 성과가 응원에 매달렸던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몇몇 기업들에게 돌아가고 만다. 두말 할 필요없이 기업이 잘 되어야 부강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책은 일부 기업에게만 편중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업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축재를 할망정 사회에 한푼도 희사하지 않는다.

재벌의 총수가 부정을 하여 검찰에 불려갈 형편에 놓였을 때 많은 돈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좀 가라앉으면 재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일가친척과 그룹내의 임직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장학재단 등에 주는 주식을 주고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축구의 대표선수들에게는 부와 명예가 같이 한다. 또한 축구는 국민의 체력을 증진시키는 등 건장한 체력과 건강한 정신을 지니게 한다고들 한다. 그 성과와 열기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문제의 관건이 있다. 국민의 축구열기가 하늘까지 치솟고 있는 이 때에, 만에 하나 16강에 나가지 못하면 그 많은 사람들의 실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4강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하는 국민의 염원이 너무 달아오르고 있고 더구나 막연한 기대들이 무비판적인데 문제가 있다.

우리 주변을 뒤돌아보면 서민들은 죽어가고 있고 가진 자들에 의해 자연은 파헤쳐지고 오염되었다. 뿐만 아니라 산은 임도라는 것을 만들어 방치한 탓에 산사태가 나고 있다. 이런 심각한 환경을 둔 채 ‘축구’처럼 축구에 매달리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전국민이 축구에 정신을 팔고 있는 나라들 중에 잘 사는 나라가 없다는 것도 한번쯤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정규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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