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최후 40일 유묵 한자리에

서울 예술의전당, 26일부터 안중근 의거

  • 입력 2009.10.22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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戒愼乎其所不睹(계신호기소불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 경계하고 삼간다.
不仁者不可以久處約(불인자불가이구처약) 어질지 않은 사람은 곤궁에 처했을 때 오래 견디지 못한다.

敏而好學不恥下問(민이호학불치하문) 민첩하게 배우기를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일본 교토 조신지(靜心寺)가 소장하고 류코쿠(龍谷) 대학이 기탁보관 중인 안중근 의사의 유묵들이다.

예술의전당이 안중근(1879~1910)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안중근-독립을 넘어 평화로’를 주제로 독립투사, 평화주의자, 교육·계몽운동가, 예술가로서의 안 의사를 조명한다.
국·공립 박물관과 개인이 소장한 국가보물 20점과 미공개작 5점, 일본소재 7점, 중국소재 1점, 미국소재 1점 등 34점을 공개한다. 원판 사진자료 28점, 관련자료 10점도 나온다. 안중근의 유묵과 사진자료 등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100년 만에 처음이다.

왼손 새끼손가락을 자른 흔적도 선명한 안중근 초상사진(조신지 소장·류코쿠대 기탁보관), 이토 히로부미 저격 당시 사용한 권총 3점과 탄환, 가족사진 등이 나온다. 면회 온 홍석구 신부와 아우 정근·공근에게 유언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안중근의 유묵은 50여점이다. 모두 의거에서 순국까지 중국 뤼순(旅順) 옥중 5개월 중 사형이 선고된 2월 14일부터 3월26일까지의 유묵이다. 수신자는 검찰관, 판사, 가수, 세무사, 승려 등 모두 일본인들이다.

글씨는 단아한 해서와 행서가 주를 이룬다. 서체와 서풍은 당해(唐楷) 가운데서도 필묵이 정확하고 법도가 엄격한 안진경(709~786) 서체 계통이다.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一日不讀書 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도 일반에 첫 공개된다. 동국대 박물관에 소장된 유묵이다.

안중근은 사형 집행을 앞두고 조국의 독립과 평화뿐 아니라 동양평화를 거론했다. ‘동양을 보전하려면 먼저 정략부터 고쳐야 한다. 때를 만났으나 기회를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欲保東洋 先改政?(욕보동양 선개정) 時過失機 追悔何及(시과실기 추회하급)’이란 글에서 잘 드러난다.

서예박물관 이동국 수석 큐레이터는 “안중근은 독립투사로서만 알려져 왔으나 안 의사에게 있어 독립과 평화는 하나의 화두였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안중근이 독립투사일 뿐만 아니라 동양평화를 위해 헌신한 평화주의자로서 전인격적인 면모를 새롭게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26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다. 02-580-1284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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