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생명을 외면하는 양심불량

  • 입력 2009.10.23 00:00
  • 기자명 이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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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찾았던 명산 계곡과 유원지가 두 달 정도 휴식을 취하는가 싶었는데 다시 단풍놀이를 위한 행락객과 등산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지난 주말 거창 소방서에서 설치한 조난위치표지목의 위치확인도 할 겸 가족과 함께 백두대간의 한 줄기인 금원산을 찾았다.

올해는 유난히 곱게 물든 단풍으로 가을의 정취를 맘껏 즐기며 산행을 하였지만 바위틈새에 숨겨진 쓰레기는 우리들의 버려진 양심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가족과 함께 수거하여 하산한 후 지정된 장소에 두고 인근 관광명소인 수승대를 둘러보았다.

지난 여름 50일동안 119시민수상구조대를 운영하며 4년 연속 사망사고 제로화를 달성한 곳이었지만,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시 찾은 수승대는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여유로운 가을의 정취는 오래가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익수사고 시 인명구조를 위해 설치한 인명구조봉 일부분이 분실돼 거치대만 홀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생명을 외면하는 양심불량이 바로 이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인명구조봉은 구조봉(4m)과 구명환, 로프 등으로 구성해 피서철 뿐만 아니라 4계절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하고 있으며 익수자 발생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익수자는 호흡이 멈춘 후 4분 이내에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어 인명구조봉을 이용한 신속한 구조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익수자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장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놀이 장소에서는 물놀이 기구로 사용하다 방치해 떠내려가고, 낚시터나 야영지가 있는 곳에서는 텐트를 설치하기 위해 로프를 가져가는 등 일부 양심을 져버린 행동으로 경상남도 내 지방자치단체에서 한해 4000만원 정도의 장비 보충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경상남도소방본부에서 설치한 인명구조봉은 수난사고 위험지역 642개소에 836개 시설이 설치돼 있고, 올해에도 6400만원을 들여 146개소에 추가로 설치했다.
그러나 양심불량에 의한 분실과 훼손에 이은 장비설치 및 보충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낳은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방서에서는 정기적으로 분실된 장비를 파악해 다시 보충하고 있다. 분실된 장비를 다시 보충하는 소방관은 이 소중한 장비가 이름모를 한 생명을 살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설치를 한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쓰레기를 버리는 양심도 문제지만 생명의 외침을 외면하면서까지 인명구조장비를 훼손하는 양심불량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정영인 / 거창소방서 예방대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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