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데스크] 애국심만으로 우리 농업 못 지킨다

  • 입력 2006.04.10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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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용 수입쌀이 공매되면서 외국산 쌀이 본격적으로 우리 밥상에 오르게 됐다. 잠잠했던 농민들의 반발이 다시 들끓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 쌀과 수입쌀, 우리 농업과 외국농업이 우리의 식탁을 놓고 지키고 뺏기 위하여 정면대결이 불가피해졌다.
10년 뒤에는 세계의 농산물이 전부 다 들어오게 되어있다. 올해만 칼로스를 포함해 5만6986톤의 밥쌀용 수입쌀이 들어온다. 2014년에는 가공용까지 포함 약 41만 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한마디로 가깝게는 중국에서부터 멀리는 남미까지 우리의 식탁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향후10년이 우리 농업의 존폐를 가를 주요한 시기이다. 이 10년 동안에 우리농업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농산물 개방이 대세라면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죽느니 사느니 하며 밀고 당길 것이 아니라 외국 농산물을 이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미국산 오렌지와 칠레산 포도가 우리 사과를 밀어내고 겨울 과일시장에 얼굴마담이 된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미국산 오렌지 한 박스가 부산항에 들어오면 제주도의 감귤나무 한 그루가 싹둑 잘려 나간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지금도 사정이 이런데 농산물이 전면 개방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과 같이 농약을 들어부어 밭떼기로 넘기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할 수도 없지만 그렇게 해가지고는 우리 농업의 생존자체가 불가능 하다. 살 길은 고품격 농산물 생산 밖에 없다. 한마디로 생산에서부터 유통 판매까지 농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대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며 소비자들에게 애국심을 호소하던 시절은 지났다. 설사 그 애국심은 한 번은 통할지 몰라도 두 번은 통할리가 없다. 지나친 애국심은 큰 틀에서 보면 우리 농업발전에 걸림돌이다. 온실 속에서는 우리농산물이 거친 세계시장에서 홀로서기를 할 수 없다. 우리 모두 냉정해져야 한다. 당장은 가슴 아플지 몰라도 그래야 우리 농업의 미래가 있다.
정부가 이번에도 전면 농업개방에 대비해 앞으로 10년간 119조원의 농업예산을 투입 대대적인 농업구조조정과 쌀 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지난 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이후 10년간 42조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으나 특별하게 나아진 것이 없다.
이번에는 지난 10년간의 전철을 밟지 않고 제대로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돈을 얼마나 투입하느냐가 아니라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무엇이 필요하고 부족한지를 찾아내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산물 개방에 반발하는 농민들을 달래기 위한 숫자 놀음은 93년 이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가 좀 더 내실 있게 농촌 문제에 대응을 했더라면 우리 농업이 지금처럼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술향상으로 그동안 우리 농업 생산성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향상된 생산성이 농가소득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은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시장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우리의 대응 방법은 10년 전이나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농업 정보가 어두워서인지는 몰라도 정부의 농업정책이 새로운 차원의 시장대응 보다는 시설현대화와 영농의 규모화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다보니 매년 과잉생산에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서로 팔겠다고 경쟁이니 제 값을 못 받는 것은 당연하다. 생산성이 아무리 높아진들 값이 폭락해버리면 농민에게 남는 것은 고통뿐이다.
문제는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돈이 눈에 보이지만 영세한 농민이 대형유통점을 상대해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농협이 그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예·수신,보험 등 대형종합 금융업체로서 몸집을 키우는 것도 좋다. 1사 1촌 운동도 좋다. 동시에 농민들이 글로벌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것도 농협이 해야 할 임무다. 글로벌 시대에 농업도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막강한 조직력과 경제력을 가진 농협이 제 역할을 한다면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한결 빨라 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농업기반이 무너지면 식량 강국들에게 코가 꿰여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신세를 못 면한다. 그것은 바로 농산물 값 폭등으로 이어져 우리 모두의 고통이다.
농업은 바로 생명이다. 국민의 생존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장병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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