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100만원짜리 구두?

  • 입력 2006.06.19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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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오늘도 정신없이 뛰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수십 채의 청기와 집을 지었다 뜯었다 하면서 말이다. 물론 가난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현대 사회의 특성상 한 발짝을 움직여도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심히 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돈 조금 손에 쥐었다고 너무 으스대는데 있다. 일부이기는 하나 자가용도 커야 하고 아파트 평수도 커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크면 큰 만큼 대접 받는다는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저급한 체면 문화와 과시욕 업적주의 영향이 크다. 그러다 보니 쥐뿔도 없는 놈이 수천만원짜리 승용차를 굴리며 허세를 부리는 꼴사나운 행태를 가끔씩 보게 된다.

외국인이 오죽했으면 한국인이 망하고 안 망하고는 그 집에 차가 있는지 없는지 보면 안다고 했을까. 한국 사람들은 집에 쌀 한 말만 있어도 차를 끌고 다닌다는 것이다. 어느 날 승용차가 보이지 않으면 그 집은 완전히 망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에는 일자리는 많은데도 실직자가 많은 것은 내가 왕년에 무엇을 했는데 막노동을 할 수 있나 하는 얄팍한 자존심과 체면 탓을 들고 있다. 그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 한 영원히 배를 곯을 수밖에 없다는 충고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한집 건너 음식점이라는 것이다. 그 많은 음식점들이 현상유지를 해 나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신통하다. 이 또한 체면을 구기지 않고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돈을 벌려는 발상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러한 심리는 기업이나 정부 지자체 할 것 없다. 경쟁이라도 하듯이 건물을 지어도, 다리를 놓아도, 행사를 벌여도 최대 자가 들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어차피 짓는 건물 1미터라도 더 높여 그 분야에 최대 소리를 들어야 동네방네 자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시적이고 생색내기보다는 한 푼이라도 적게 들여 쓸모있게 짓는 것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이러다 보니 외국인들은 한국에서는 자고 나면 최대 기록이 바뀐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크게 짓고 시설을 거창하게 하는지 자기들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많다. 여기에는 단체장들의 내 재임시절에 했다는 업적주의도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과시욕과 체면 병이 어느 정도인지 외국인의 눈을 통해 정확하게 비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심리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지금 전국에는 고층 아파트 올리기 경쟁이 벌어졌다. 이제는 20층 아파트는 고층건물에 이름도 못 올린다는 것이다. 세계에 가장 높은 아파트 건물 100개 동 가운데 무려 9개가 한국에 있다고 한다.

상업용 빌딩도 고층건물 짓기에 불을 붙였다. 112층짜리로 계획된 잠실 제2롯데월드를 비롯해 인천의 트윈타워 등 100층 이상 빌딩만도 5~ 6개나 추진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대만의 국제 금융센터로 총 101층에 높이가 509미터다. 그 기록도 곧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에 추월당한다고 한다. 우리도 여기에 질 수 없다며 세계 최고층건물 짓기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문제는 초고층 아파트생활의 적정 한계 높이가 어디까지인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체계적인 연구가 없다는데 있다. 우연의 일치이기는 하겠지만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저층에 사는 사람들보다 병원 출입이 많다는 기록은 주의 깊게 볼 일이다.

나라는 불황이라고 난리지만 고급 승용차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올 1~3월 국내에서 판매된 배기량 3000cc이상 승용차는 총 86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0대 이상 더 늘었다.
올 들어 사상 처음으로 수입차 점유율이 4%까지 올라갔다. 이제까지 점유율3%에 도달하는데 18년이 걸렸는데 여기서 1% 올리는데 3개월도 채 안 걸린 셈이다. 수입차 대당 평균 판매가는 708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이다. 그런데도 주부, 샐러리맨, 20대 직장인까지 가세하고 있다. 최고 1억8000만원대의 수입 승용차는 국내에선 없어서 못 팔아 특별생산에 들어갈 정도로 회사는 즐거운 비명이다.

일부층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나 100만원을 호가하는 수입 화장품이 출시하자마자 하루 만에 동이 나고, 수백만원짜리 가전제품도 날개 돋친듯 팔린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또 서민들이 놀라 뒤로 자빠질 한 켤레 100만원이 넘는 구두, 결혼식에 한번 입는 수천만원대의 웨딩드레스도 줄을 선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가의 제품이 잘 팔리는 이유는 나는 이렇게 산다는 보이기 위한 한국인의 체면과 과시욕에서 찾을 수 있다. 내 돈 내가 쓰는데, 하면 할 말이 없다. 멀쩡한 제품을 사흘이 멀다 하고 바꿔가며 크고 최고급만 찾는 문화는 이제는 바꿔야 한다.

장병길/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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